딸 졸업식 앞뒀는데…교통사고 수습 돕던 40대 가장 참변
지난달 한 40대 남성이 고속도로 사고 현장에서 운전자를 돕다 뒤따르던 화물차에 치어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딸 졸업식에 빠지지 않으려 연장근무를 하고 돌아가던 길에 변을 당했습니다.
이은진 기자가 가족들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쉬는 날 없이 9일째 일하던 중이었습니다.
통신 설비 기사 40대 곽모 씨.
새벽 1시, 겨우 작업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눈앞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다들 무심히 지나쳤지만, 곽씨는 차를 세웠습니다.
[곽모 씨 아내 : 딸 초등학교 졸업식 날 같이 가자고 그래서 그 주에 집에도 못 오고 일을 했었는데…]
딸 졸업식 날 하루 휴가를 내기 위해 일을 몰아서 하던 아빠였습니다.
피곤했지만 사고 운전자를 도와야 했습니다.
넘어진 차량으로 다가가 운전자를 끄집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곽모 씨 아내 : 이 사람이 가서 이렇게 들어서 끄집어내는 과정이었거든요.]
애쓰는 사이, 멀리 16톤 컨테이너 운송차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넘어진 사고 차량을 들이받고 그대로 밀어 버렸습니다.
곽씨와 사고 차 안에 있던 운전자는 모두 숨졌습니다.
[곽모 씨 아들 :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모한테 '이모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학교에서 소식을 들은 18살 아들은 울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곽모 씨 아들 : 동생이 우는 소리, 엄마가 우는 소리가 집 밖으로 들리는 거예요. 그거 듣고 진짜 정신이 돌아오면서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일 다니다 예쁜 곳이 보이면 꼭 사진 찍어 보내던 아빠였습니다.
"나중에 함께 오자" 약속하던 아빠는 이제 돌아오지 않습니다.
상황이 원망스럽지만 그게 원래 곽씨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곽모 씨 아내 : 100번도 생각해 봤지만 그 자리, 그 시간, 그 장소에 또 지나쳤어도 그 사람은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사람이라는 걸 전 알아요.]
사람을 도우려던 40대 가장은 숨졌습니다.
대신 남은 사람들은 그 마음을 기억합니다.
[영상제공 한국도로공사·시청자 송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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