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떨어지면 뭐하나, 서비스물가 치솟는데...5월 금리인하도 물거품?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2024. 2. 1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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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비 14% 하락 등 상품물가 안정세인데
주거 6%·교통 9.5%...서비스물가 고공행진
車보험료 20% 최고 상승...“또 상승 전망”
연준 ‘슈퍼코어 서비스물가’ 21개월래 최고
BMO “연준 조기금리론에 대못 박았다”
블룸버그 “올해 세 차례 금리인하 유력”
미국 버지니아주 비엔나의 월마트 매장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연준의 전례없는 긴축 정책에도 인플레이션이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연준이 주시해 온 주거비 등 서비스 인플레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뒤로 밀리고 고금리·고물가 압박이 시장을 짓누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노동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1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9% 올라 예상치(3.7%)를 상회했다.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1월 CPI가 모두 전망치보다 높게 나온 것은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했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포함한 상품 물가는 하락했다. 1월 유류비는 전년동월 대비 14.2% 하락해 주요 항목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율을 보였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품을 뺀 상품 물가 역시 전년동월 대비 0.3%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 달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5.4% 올랐다. 연준이 중요하게 여기는 주택과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슈퍼코어 서비스) 물가는 12월보다 0.85% 상승해 2022년 4월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서비스 항목 중에는 “CPI에서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6% 올라 전체 서비스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1월 CPI 보고서는 밝혔다.

교통비도 전년 대비 9.5% 오르면서 서비스 물가를 끌어올렸다. 교통비는 주거비 다음으로 미국인들의 지출이 많은 항목이다. 세부 항목을 보면 자동차 보험료가 무려 20.6%나 올라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자동차 보험료는 1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 나갔다.

자동차 보험료가 급등한 것은 부품 교체·수리 비용과 인건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수리비는 1년 전보다 7.9% 올랐다. 최근 자동차 반도체 등 부품이 첨단·고도화 된 영향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샤버 레이크 인근을 지나는 168번 주 고속도로 구간에서 샌 베니토 몬터레이 지구 소속 소방대원이 산불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AP = 연합뉴스]
캘리포니아주 산불이나 플로리다주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에 따른 차량 사고 증가도 보험료 인상의 원인이다. 매튜 펄라졸라 블룸버그 보험 애널리스트는 “최근 자동차 보험사의 손해율이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과거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한동안 보험료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는 “1월 CPI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상품을 넘어 서비스로 확대되는 징후를 보고자 한 연준 위원들은 반대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물가가 생각만큼 잡히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5월에서 6월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CPI 결과가 나오자 CME그룹 페드워치에서 5월 인하 확률은 발표 전 60%에서 발표 후 35%로 떨어졌고,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41.6%에서 65.8%로 껑충 뛰었다.

블룸버그는 채권 관계자들을 인용해 올해 기준금리 인하는 0.25%포인트씩 세 차례가 유력하고 네 차례 가능성은 반반으로 내다봤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초 세 차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BMO패밀리 오피스의 캐럴 슐레이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CPI는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론에 대못을 박은 것”이라며 “견고한 경제에 대한 증거이자 아직 잡아야 할 인플레가 남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TD증권 프러션트 뉴너하 선임채권전략가는 “1월 CPI가 게임체인저가 됐다”라며 “물가 상향 압박이라는 실제 리스크가 생겼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CPI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의 결과까지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CPI 상승의 주범인 주거비는 PCE에선 CPI 비중의 약 절반 수준인 등 구성 항목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1월 PCE 지수는 오는 29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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