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이에이트, 코스닥 입성?… 기술특례상장 불신 커져

신하연 2024. 2. 1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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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분기말 자본총계 -66억
매출 전 개발·연구비 발생 연유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뻥튀기 상장' 논란으로 기업공개(IPO)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파두 사태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이에이트가 이달 23일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이달 말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 상장 예정인 이에이트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6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2020년 -14억6000만원, 2021년 -10억1500만원, 2022년 -20억1700만원이었던 자본총계는 지난해 3분기 -66억1400만원 수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에이트는 2022년 기타특수관계자인 임직원 등에 18억1900만원을 차입 후 7억8552만원을 상환하고 10억3348만원을 출자전환했다.

출자전환은 기업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통상 부실 징후 기업이 자율협약이나 기업 재무 개선 작업(워크아웃)에 돌입했을 때 사용되는 대표적인 정상화 방안으로 꼽힌다.

영업손실은 2020년 39억6700만원, 2021년 70억8000만원, 2022년 77억, 2023년 3분기 기준 43억4900만원으로 집계됐다. 본격적인 매출 발생 전 기술개발과 연구개발인력 관련 비용에 따라 지속적인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는 지난 2일 IPO 간담회를 통해 올해 3분기부터는 손익분기점(BEP)를 넘어 영업이익 38억원을 기록하고 내년 영업이익은 14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지만 기술 잠재력을 바탕으로 책정한 기업가치이기 때문에 재무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기업이 2회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을 기록했을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하고, 완전 자본잠식을 기록했을 경우 즉시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한다. 2회 연속 자기자본 10억원 미만, 2년 연속 매출액 30억원 미만, 2회 연속 자기자본 50% 초과 세전 손실 발생시에도 상폐 실질심사 사유가 된다.

다만 특례상장사의 경우 자본잠식에 대해 3년의 유예 기간이 주어지고, 매출액 요건은 신규상장일이 속하는 사업연도를 포함한 연속하는 5개 사업연도 동안 해당 요건을 적용받지 않는다.

공시에도 "이번 공모를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손익 구조가 안정되지 않거나 공모자금조달이 실패하는 등의 상황으로 인해 당사의 자본잠식 해소 및 자본 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유의해달라"고 밝히고 있다.

상장 전 기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 및 전환사채의 보통주 전환 물량도 '오버행'(잠재 대량 매물) 부담을 키우고 있다. 상장 예정 보통주(946만여주) 중 약 43.9%에 달하는 415만여주가 상장 즉시 유통가능한 물량이다.

해당 물량은 상장 직후 매도가 가능하므로 대량 출회로 인해 주식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상장은 수익성이 크지 않아도 성장 가능성을 가진 회사의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판단될 경우 재무제표상 적자가 있더라도 상장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로, 상장 심사 문턱이 일반 상장에 비해 낮다.

제도적으로는 2018년 규정 개정에 따라 자본잠식 요건이 폐지됐기 때문에 상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실기업이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할 경우 결국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복된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의 경우 취지 자체가 기술 성장성을 평가해 자금 조달을 돕는 상장 트랙인 만큼 어느 정도 자본잠식은 감수하고 상장 승인을 해줄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벤처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기술특례 상장 기업과 관련한 부정적 이슈가 반복될 경우 투자자 신뢰 저하로 이어져 시장 위축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해 8월 기술특례 상장한 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는 상장 시 제시했던 지난해 예상 매출과 실제 매출의 격차가 커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하한가를 기록한 지난해 11월 9일 파두 시가총액은 전일 1조6890억원대에서 하루 만에 5000억원 가량 증발해 1조1830억원대로 쪼그라들기도 했다. 이날 종가 기준 파두 주가는 2만1600원으로 아직까지도 공모가(3만1000원)를 크게 밑돌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공개 이후 파두 IPO 관련 집단소송도 시작될 예정이다.

국내 첫 성장성 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바이오 신약 개발사 셀리버리도 2022년 사업보고서 감사의견에서 의견거절을 받으며 지난해 3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이 외에도 2016년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신라젠은 상장 심사 당시 항암치료제 펙사벡이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인 나이스평가정보와 이크레더블에서 각각 AA와 A의 기술성 평가를 받았지만, 2020년 펙사벡 임상이 중단되면서 주가가 1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파두 집단소송 참여주주를 준비중인 법무법인 한누리의 박필서 변호사는 "상장 시 재무 상태와 경영 상황, 사업 현황 등을 모두 밝힌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있지는 않겠지만, 지속가능성이나 투자 대상으로서 문제가 있는 기업이 상장하는 것 자체는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부실을 숨기거나 제대로 된 사실을 고지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은 파두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이와 관련해 IPO 상장 직전까지의 매출액과 영업손익 등을 공개하라는 기준을 마련한 상태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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