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냉동, 하루라도 젊고 건강할 때 유리”

이정아 기자 2024. 2. 1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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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난자동결 지원 대상 2배로 확대
항암치료 앞뒀거나 난소 기능 떨어지면 난자동결
난소 기능 이상 없다면 37~38세 전후 권해
차병원 서울역센터 내 난자 보관 탱크./차병원

서울시가 여성 난자동결 지원 대상을 2배 이상 늘리기로 하면서 난자 냉동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번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난자를 냉동하기로 결심했다면 하루라도 젊은 나이에 하는 것이 향후 임신하는 데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20~49세 여성이 난자동결을 희망할 경우 1인당 최대 200만원 지원하는 대상을 지난해 300명에서 올해 650명으로 늘리고, 20대의 경우 엄격했던 항뮬러관호르몬(AMH)에 대한 기준을 완화했다.

AMH는 여성의 난소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이 수치를 측정하면 현재 보유한 난자 수를 확인할 수 있다. AMH 테스트는 여성의 폐경 유무와 가임기 여성의 난소능력 예측에 사용되며 주로 난소기능 저하에 의한 불임과 폐경기 여성들을 위해 활용된다. 혈액 채취만으로도 난자의 수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편리하다.

지난 9월부터 시행한 난자동결 시술비용사업은 30~40대의 경우 수치에 관계 없이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20대는 AMH 기준수치 1.5ng/mL 이하인 경우에만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시는 지원을 받고 싶지만 받지 못한 20대 지원자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이번에 20대의 AMH 기준수치를 3.5ng/mL로 완화했다.

난자 냉동은 여성의 난자를 인위적으로 여러 개 채취한 다음 영하 196도 초저온에서 오랫동안 보관하는 시술이다.

여성의 난자는 한 달에 한 번 하나씩 나온다. 뇌하수체가 분비하는 호르몬인 생식선자극호르몬(고나도트로핀)이 한 번 배란할 때 난자가 하나씩 나오도록 유도한다. 이 호르몬을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만든 과배란유도제를 생리 시작 2~3일째부터 일주일 간 투여하면 여러 개의 성숙한 난자가 생성된다. 이 난자를 10~15개 정도 채취한 다음, 액체 질소로 초저온 상태로 얼릴 수 있다.

이렇게 얼린 난자는 제공자가 임신하기 원할 때 해동해 시험관아기시술(IVF)에 사용할 수 있다. 남성에서 채취한 정자와 체외에서 수정시킨 다음 배아를 만들어 자궁에 옮겨 착상시키는 방식이다.

◇항암치료 앞뒀거나 ‘난소 나이 40대’일 때 난자동결

여성 나이에 따른 임신성공률.

난자동결은 건강한 난자를 배란하기 어렵거나, 지금 당장 임신 생각이 없지만 향후 아기를 낳을 계획이 있는 경우에 할 수 있다. 항암치료나 복부방사선치료을 앞둔 경우에도 사용된다. 한애라 대구차병원 난임센터 교수는 “항암제처럼 생식세포독성을 가진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 생식세포가 억제되기 때문에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해 난자동결을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나이임에도 난소 기능이 심하게 떨어진 사람들도 난자동결을 할 수 있다. 한 교수는 “예를 들어 실제 나이는 20대인데도 난소 기능이 40대로 나오는 사람이 있다”며 “(다른 이들보다 폐경이 이를 수 있어) 난자를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 당장 결혼, 출산 계획이 없는 경우라면 미리 난자를 동결보존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여성 본인이 결혼 시기가 늦어질 경우를 대비해 미리 얼려두기도 한다. 가임기 여성은 35세 이하,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난자를 동결해 두는 것이 향후 임신을 하기에 유리하다.

나이가 듦에 따라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 난자의 개수뿐 아니라 질도 저하해 임신 성공률이 낮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난소의 기능이 37세 이후로 급격히 저하된다고 보고 있다. 한 교수는 “난소 기능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37~38세 전후로 난자동결을 해도 좋다”고 말했다.

◇여성 특정암이나 조기 폐경 등 심각한 부작용은 없어

난자 동결하는 과정.

오랫동안 동결 보존했다가 해동한 난자는 자연적으로 배란된 난자나, 채취 후 해동을 거치지 않은 난자와 마찬가지로 수정이 가능하다. 학계에는 10년 이상 동결보관한 난자를 수정시켜 임신, 아이를 분만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또한 난자를 냉동한 기간이 길다고 해서 임신 성공률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교수는 “난자의 질, 가령 난자가 갖고 있는 염색체 이상이 임신성공률을 좌우할 수 있다”며 “오히려 오래 전에 동결 보존한 난자가 비교적 더 젊을 때 채취한 것이기 때문에 염색체 이상이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난자를 인위적으로 여러 개 배란시켜야 하다 보니 호르몬 이상이나 폐경을 앞당기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한 교수는 “과배란 유도와 난자 채취 시술은 그 시기에 호르몬 수치가 과다하게 오르면서 기분 장애가 나타나거나, 배 안에 복수가 차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호르몬 이상이나 특정 여성암, 폐경을 앞당기는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보고는 없다”고 강조했다.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난모세포(장차 난자가 되는 세포)를 400만개 갖고 태어나고 배란은 평생 400번 한다. 하지만 난자를 400개만 쓴다는 뜻은 아니다. 매달 여성의 몸은 수백개의 난자를 준비했다가 그 중 가장 적합한 하나를 골라 몸밖으로 배출한다.

한 교수는 “과배란 유도는 그달에 소진되는 난자들 중 몇 개를 인위적으로 키워 배란시키는 것”이라며 “이때문에 폐경이 앞당겨진다거나 하는 부작용은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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