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경영권등 오너이슈… K-제약바이오 발목 잡는다

강민성 2024. 2. 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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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 발간
리스크 관리 실패 땐 주가 급락
전담 거버넌스 구축해 통제해야
<사진: 아이클릭아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리스크 관리 인식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오너리스크 등 내부 문제를 사후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해 그로 인한 리스크가 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정책연구센터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리스크 관리' 연구 보고서를 내놓고 "제약바이오 분야의 리스크가 위기로 발전할 경우 파급력이 크고, 전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사전 예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리스크 관리 실패는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A제약은 회장이 직원에게 상습적인 폭언과 욕설 등이 담긴 녹취록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같은 날 이 회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경영일선에서도 물러났으나 주가 하락 추세는 멈추지 않았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원료의약품 제조 전문제약사인 B사는 대표의 주식 변동과 관련한 과세당국과의 항소심에서 패소했지만 B사는 개인 문제라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그 후 B사는 의약품 원재료 납품업체와 허위로 거래한 뒤 원재료 단가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알려지기도 했다.

상속을 비롯한 지배구조 리스크도 크다. 최근 한미그룹은 5407억원의 상속세 재원 마련과 신약개발 등 미래 투자 등을 위해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했다. 하지만 장·차남이 반발하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소송을 신청한 데 이어 내달 개최 예정인 정기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을 포함한 새 이사 후보 6명의 선임안건을 상정하는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해 그룹 통합을 막고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의도로, 결국 주총 표 대결이 예상된다. 이에 한미그룹은 "(임종윤 사장이) 지난 10년간 한미에 거의 출근하지 않았고, 본인이 사내이사로 재임하는 한미약품 이사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부광약품이 지난 2022년 2월 지분 11%를 OCI에 매각한 사례도 증여세 납부 목적이 컸다는 분석이다. 부광약품 창업주 김동연 회장은 주가가 상승세에 있을때 세 자녀에게 보유 지분의 절반 이상을 증여한 후 세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연구진은 "오너들이 잘못하면 기업의 이미지가 추락해 주가 폭락은 물론, 임직원들의 신뢰도 잃을 수 있다" 며 "업계에서 일어난 오너 리스크를 보면, 오너의 사적인 일탈부터 공적 의사결정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고유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두고 전사 차원에서 리스크 식별·관리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지만, 전략 담당부서 등에서 리스크 관리를 겸임하는 기업이 대부분이고, 리스크 관리 전담 거버넌스가 구축된 경우도 일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이사회 내에 리스크 관리 파트를 두는데, 바이오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만 있다"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리스크 관리 부분이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통제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ESG기준원이 공개한 ESG 통합평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만 통합 등급에서 '매우 우수'에 해당하는 A+등급 기업을 받았다. '우수'에 해당하는 A등급을 받은 한독은 이사회와 리더십팀을 중심으로 지속가능경영팀 등 ESG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일어나는 리스크에 대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타 산업에 비해 유독 가족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어 내부 리스크들이 불거지고 있다"면서 "밖으로 노출되지 않았을 뿐 실제 리스크 사례는 더 많을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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