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노조파괴’ 병원·용역업체 1심서 벌금형···사건 발생 7년 만

오동욱·김지환 기자 2024. 2. 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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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 노조파괴 사건 선고에 대한 노동조합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세브란스병원하청 노동조합 설립을 저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병원 측과 용역업체가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사건이 발생한 지 7년5개월 만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유미 판사는 14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모씨 등 9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세브란스병원 사무국장이었던 권모씨와 용역업체 태가비엠 부사장인 이모씨에게는 각각 벌금 1200만원을, 태가비엠 법인 측에는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태가비엠 측 4명과 세브란스 병원 측 2명에게는 200만에서 4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2016년 10월 원청인 세브란스병원이 태가비엠의 관계자들에게 노·노대응 유도를 지시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한 업무일지가 발견되며 불거졌다.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 136명이 그 해 7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세브란스병원분회를 설립하자 태가비엠 현장관리소장 등이 노조원들에게 노조탈퇴를 강요했는데, 여기에 원청인 세브란스병원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노조는 세브란스병원 관계자와 용역업체 관계자 등 7명을 같은 해 10월 서울서부지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노동청과 검찰은 2017년 1월 이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노조는 2017년 9월부터 3차례 걸쳐 병원과 용역업체를 고소했고,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2019년 이 사건을 일부 기소의견으로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검찰은 병원사무국장과 태가비엠 부사장 등 9명을 2021년 기소한 뒤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이번 판결은 원청이 하청업체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어도 노조법상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입법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개정안 2조는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한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고소 시점부터 따져도 기소까지 4년5개월이 걸렸고, 선고 결과는 2024년 2월까지 7년5개월이 걸리며 사용자는 아무 제지없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다”면서 “노조파괴 8년이 지난 지금 조합원 140여명 중 4명이 남았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 피해자 대리인단은 “원청과 하청업체 관리자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하여 청소노동자들 및 노동조합의 노동3권을 유린하고 파괴했던 피고인들의 계획적인 범죄행위를 분명하게 밝혀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서도 “너무 낮은 구형을 한 검찰과, 결국 각 벌금형을 선고한 법원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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