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구성권 놓고 또 정면충돌…파키스탄 정국 시계 제로

손우성 기자 2024. 2. 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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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전 총리 이끄는 PTI, 소수 정당과 연합
군부 지원받는 PML-N은 PPP와 손잡아
정당 득표율 배분 70석 향방도 오리무중
파키스탄무슬림연맹-나와즈(PML-N) 소속 셰바즈 샤리프 전 총리가 13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파키스탄 총선에서 이변을 일으킨 임란 칸 전 총리의 무소속 진영이 13일(현지시간) 소수 정당과 함께 연합 정부를 꾸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군부 지원을 받은 파키스탄무슬림연맹-나와즈(PML-N)는 캐스팅보트였던 파키스탄인민당(PPP)과 손을 잡고 셰바즈 샤리프 전 총리를 신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투표 조작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파키스탄 정치권 혼란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출신 무소속 진영은 이날 이번 총선에서 각각 1석씩을 확보한 무슬림연합회의(MWM), 파키스탄이슬람회의(JI) 등 소수 정당과 연합해 내각 구성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라우프 하산 PTI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감옥에 있는 칸 전 총리로부터 PML-N과 PPP, 무타히다카우미운동(MQM)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협상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군부는 지난 8일 치러진 총선 직전 PTI가 정당법을 위반했다며 소속 인사들의 입후보를 막았고, PTI 후보들은 각기 무소속으로 출마해 선거를 치렀다. 특히 칸 전 총리는 부패와 불법 결혼 등의 혐의로 총 3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출마가 좌절됐다. 하지만 PTI 출신 무소속 진영은 군부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과 극심한 경제난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가장 많은 93석을 얻었다.

하지만 군부와 PML-N은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선 특정 정당이나 연합에 속해 있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무소속 진영이 총리를 배출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산 대변인은 “칸 전 총리와 PTI는 선거에서 승리한 세력이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임란 칸 전 총리와 파키스탄정의운동(PTI)를 지지하는 파키스탄 시민들이 13일(현지시간) 페샤와르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PML-N은 곧바로 PPP와의 연합을 선언하며 맞불을 놨다.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PML-N은 군부 지원에도 75석을 얻는 데 그쳐 2위로 주저앉았다.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전 외교장관의 파키스탄인민당(PPP)은 54석으로 3위에 올랐다.

마리윰 아우랑제브 PML-N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 동생인 셰바즈 샤리프 전 총리를 새로운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셰바즈 샤리프 전 총리는 2022년 4월 칸 전 총리가 군부에 의해 축출된 이후 총리직에 올라 의회가 해산된 이듬해 8월까지 재임했다.

외신들은 앞서 3차례 총리를 맡았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직접 등판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동생에게 총리직을 넘겼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PLM-N과 PPP가 손을 잡고 칸 전 총리를 완전히 밀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도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이번 패배로 굴욕을 겪었다”고 평가했다.

PTI 출신 무소속 진영과 PML-N이 일제히 내각 구성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파키스탄 정국은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파키스탄에선 의회 과반을 차지해야 집권할 수 있다. 파키스탄 의회는 총 336석으로, 지역구에서 266명을 선출하고 나머지 70석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파키스탄 선거관리위원회는 70석을 어떻게 배분할지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알자지라는 “무소속은 70석 할당을 받지 못한다”며 PML-N이 주도권을 쥔 상태라고 설명했다. PTI 지지자들은 이에 군부가 통제하는 선관위가 개표를 일부러 늦추는 등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며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PTI 출신 무소속 진영이 최소 180석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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