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다음주 독일·덴마크 순방 순연…총선 앞두고 여론 눈치?

유정인 기자 2024. 2. 14. 15: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 대표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로 예정한 독일·덴마크 순방 계획을 순연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출국이 임박한 시점에 순방을 순연한 건 처음이다.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잦은 순방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결정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각각 방문하기로 하고 상대국과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 중이었으나 순연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대통령 순방이 출국일에 임박해 연기되는 건 이례적이다.

대통령실은 최근 여러 요인을 검토한 끝에 상대국과 조율을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순연은 한국 측 요청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제적, 국내적인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순연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상대국 정상과의 일정을 우리 측이 먼저 요청해 순연한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과 맞물려 정치적 해석이 제기된다.

순연을 결정한 ‘여러 요인’에는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16차례 순방을 가는 동안 순방 성과와 비용이 정치 쟁점화하는 일이 이어져 왔다. 지난해에는 한 달에 한 번 이상(총 13차례)으로 순방 일정이 집중돼 이같은 논란이 심화했다. 이에 따라 총선을 앞두고 정치 쟁점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순방 자제, 국내 현안 집중 기조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문제를 재점화하지 않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순방은 명품가방 논란 후 두문분출 중인 김 여사의 공개활동 재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계기였다. 김 여사가 동행을 하면 윤 대통령의 ‘입장 발표’ 뒤 활동 재개라는 점에서, 동행하지 않으면 이례적인 대통령 단독 방문의 이유를 두고 정치적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방송사 대담에서 처음으로 이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지만 명시적 사과를 포함하지 않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당분간 국내 현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의사 단체가 집단행동을 예고한 상황에서 국내에 머물며 대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 등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총선 전 북한의 잇따른 도발 가능성 등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이번 순방은 독일은 국빈 방문, 덴마크는 공식 방문 형식으로 추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 전 순연을 두고 외교적 결례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대통령실은 상대국과의 순연 조율이 매끄럽게 이뤄져 외교적 부담으로 남을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추후 독일·덴마크 순방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대통령의 해외 일정은 통상 수개월에 걸친 조율과 사전답사를 거쳐 이뤄진다. 재계의 경제사절단 모집과 선정, 순방 동행 준비에도 시간이 소요된다. 순방이 연기되면서 진행되던 경제사절단파견도 중단됐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과거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이유로 순방 일정을 늦춘 적이 없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며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으로 곤궁한 상황인데, 해외 순방에 나서며 환하게 웃는 대통령 부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담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그도 아니라면 두 달도 남지 않은 총선을 위해 돌아야 할 총선 격전지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고려일지도 모른다”면서 “무엇이 되었건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연기를 호의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