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파장···“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같다”
“리스트 나온 사유, 사실과 달라”
노동계, 특별근로감독·수사 촉구
쿠팡 “출처 불명 문서…법적조치”

쿠팡이 물류센터 노동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취업방해 등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불합리한 노동환경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노조 활동을 한 이들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동계는 특별근로감독과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 13일 MBC는 쿠팡이 2017년 9월부터 6년에 걸쳐 물류센터를 거쳐 간 노동자 1만6450명의 실명·연락처·업무용 ID등 개인정보가 담긴 ‘PNG 리스트(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운영해 왔다고 보도했다. 이 명단에 오른 이들은 재계약·재취업을 하지 못했다고 MBC는 전했다.
쿠팡대책위가 이날 공개한 리스트에는 노동자들의 개인정보에 이어 ‘사유 1’과 ‘사유 2’를 적는 칸이 있었다. ‘사유 1’은 ‘대구1센터’와 ‘대구2센터’, ‘--’로 나뉜다. 쿠팡대책위는 이 항목들이 일종의 암호라고 주장했다. 조사·취재 결과 ‘대구1센터’는 영구적 채용 배제, ‘대구2센터’는 6개월 이내 채용 배제, ‘--’는 불특정 기간 채용 배제를 의미하는 정황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사유 2’는 취업 배제 사유라고 쿠팡대책위는 추정했다. 리스트의 해당 칸에는 ‘정상적 업무수행 불가’라는 사유가 가장 많았고 ‘고의적 업무 방해’ ‘허위사실 유포’ ‘폭언·욕설 및 모욕’ ‘비자발적 계약종료’ 등 사유가 적혀 있었다.

리스트에 오른 이들은 이 사유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회사의 불합리한 조치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폭언·욕설’로 기재되거나, 실수로 관리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화장실에 갔다 오니 리스트에 올랐다는 것이다. 물류센터의 코로나19 방역조치 미흡을 언론에 제보한 노동자에게는 ‘허위사실유포’란 사유를 붙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개적으로 노조 활동을 한 조합원 20명이 명단에 오른 것도 의구심을 키웠다.
권영국 변호사는 “블랙리스트는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이나 그 이전 군부독재 정권들이 노조탄압을 위해 많이 써먹은 방법인데, 21세기에 부활한 걸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쿠팡대책위는 블랙리스트 작성·사용은 노동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 위반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제40조는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해선 안 된다’고 정한다. 노동조합법 제81조는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정해진 범위를 넘어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쿠팡이 물류센터 노동자들에게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흘리며 노동자들을 통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혜진 쿠팡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쿠팡은) 노동자들은 일을 못 하게 될까 봐 걱정해 회사의 통제에 순응하거나, 문제가 있어도 제기하지 않는 ‘침묵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했다. 정성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노동자들을 저임금의 열악한 상태로 통제하며 물류센터를 운영하려는 저의가 있다”고 했다.
쿠팡대책위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및 엄정 수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 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를 접수했다. 리스트에 등재된 이들을 모아 집단고소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추가 제보도 받겠다고 했다.
쿠팡은 이날 입장문을 내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는 회사의 고유권한이자 안전한 사업장 운영을 위한 당연한 책무”라며 “쿠팡풀필먼트서비스(물류 계열사)의 인사평가 자료는 MBC 보도에서 제시된 출처 불명의 문서와 일치하지 않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민원 제기)를 포함한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권 변호사는 “인사관리는 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퇴사하고 상당 기간 지난 이들을 대상으로 이런 리스트를 만든 게 문제”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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