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곤충사회'서 배울 점 '불평등해지면 사회가 붕괴한다'"

신재우 기자 2024. 2. 14. 14: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간 '최재천의 곤충사회' 출간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14일 서울 광화문 설가온에서 '최재천의 곤충사회'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02.14.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제가 한국 사회가 변화했으면 하는 마음에 한 일들이 당시에는 아무 효과가 없는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것들이 분명 생겼어요. 저는 이게 국민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재천(69)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2004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한 후 오피니언 리더로, 신문의 논객으로 살면서 "변화를 원하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노력하면 국민 대다수가 이를 품는 걸 여러 번 봤다"며 그간 자신이 경험한 변화에 관해 설명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로서 최 교수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희망하면서 다양한 현장에서 강연을 펼쳤다. 자연 생태계로부터 배워야 할 경쟁과 협력, 양심과 공정, 기후위기에 대해 2013년부터 2021년까지 펼친 강연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 신간 '최재천의 곤충사회'다.

최재천 교수는 14일 '최재천의 곤충사회' 출간을 맞아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간 신문이나 잡지 칼럼에 쓴 글을 묶어 낸 에세이는 많았지만 이번에는 의미 있는 강연을 모아 그 녹취를 바탕으로 책을 냈다"며 "직접 쓴 글보다 강연에서 말로 전한 이야기는 톡톡 튀는 맛이 있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14일 서울 광화문 설가온에서 '최재천의 곤충사회'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02.14. kkssmm99@newsis.com


최근 자신의 유튜브에서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드러낸 최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 확대를 다시 한번 주장했다.

그는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 마디 했다"며 "1994년 미국에서 귀국할 때 내 가방에는 표지에 한글로 '한국 과학 기술에 동이 텄다'라고 적힌 네이처지가 있었다. 당시 삼성, LG 등 대기업이 세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으니 국민의 세금으로 걷은 연구비는 온전히 기초 과학에 투자하고 대기업들이 응용과학에 투자할 수 있게 하라는 게 요지인 특집 기사였다. 그렇게 '한국도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날이 오겠구나' 했는데 결국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정부가 투자하는 분야도) 기초과학은 여전히 10%대이고 응용 연구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대기업은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데 왜 세금으로 걷은 돈을 대기업 연구의 뒷주머니에 찔러주는지 모르겠어요. 국가 전체 R&D 예산(30조원)도 하버드대가 가진 기부금 총액인 50조원보다 적은데 이를 국가의 모든 연구자가 나눠 쓰고 있는 거예요."

최 교수는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와 자연 보호를 위한 목소리도 지속해서 내고 있다. 이번 책에서도 '생태 백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이를 강조한다.

생명다양성재단 대표와 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 등을 역임한 그는 "한국이 '기후 깡패'나 '기후 얌체'가 아니라 '기후 바보'라고 생각한다"며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으면 반도체와 자동차도 팔지 못한다. 국민은 어려움을 감수할 마음이 있고 기업도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 것 같아서 정말 안타깝다. 특히 지금 정부가 제일 못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열악한 연구 환경 등으로 미국 하버드대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것에 대해서는 후회도, 기쁨도 있다.

최 교수는 "2019년 세계 동물행동학자 500여명을 이끌고 총괄 편집장으로 '동물행동학 백과사전'을 편찬했는데 내가 편집장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은 제자들이 다양한 동물에 대해 훌륭한 연구를 해줬기 때문"이라며 "어느덧 학계에서 다양한 동물을 깊이 있게 연구한 사람이 됐다. 백과사전을 완성하고는 정말 많이 울었다"고 제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또 다른 희망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서 찾았다. 코로나19 당시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불신이 확산됐음에도 "온갖 이야기가 난무해도 (백신을) 맞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국민들을 보면서 최 교수는 "대한민국이 집단적 현명함을 갖춘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곤충사회'를 넘어 '동물사회'를 통해 최 교수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불평등해지면 사회가 붕괴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생태학의 불평등이론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웬만큼 배분을 해줘야 권력이 유지된다는 것을 진화의 역사 속에서 동물 사회의 알파 메일(으뜸 수컷)은 잘 알고 있는데 그동안 관찰한 인간사회는 그걸 못하는 것 같아요. 인간은 한번 쥐면 너무 많이 쥐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동물학자로서 보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