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경쟁' 노보 vs 릴리…카탈란트 인수로 견제 심화

황재희 기자 2024. 2. 1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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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 카탈란트 3개 공장 인수…위고비 생산량↑
카탈란트서 생산하는 릴리 "규제당국 조사해야"
[서울=뉴시스]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왼쪽)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 (출처=노보노디스크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비만치료제를 개발한 글로벌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이하 릴리)의 신경전이 최근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 ‘카탈란트’(Catalant) 인수를 두고 심화되는 모습이다.

14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이슈 브리핑에 따르면, 릴리는 자사의 최대 경쟁자인 노보 노디스크의 카탈란트 공장 인수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앞서 노보 노디스크 지주사이면서 노보 노디스크 재단 자산을 관리하는 투자사인 노보 홀딩스는 최근 전세계 제약바이오 1500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사로 하는 글로벌 CDMO 2위 기업인 카탈란트를 165억 달러(한화 약 22조원)에 인수했다.
이어 노보 노디스크가 노보 홀딩스로부터 카탈란트의 이탈리아 아나그니 및 벨기에 브뤼셀, 미국 인디애나주 블루밍턴에 있는 3개의 제조시설을 110억 달러(약 15조원)에 인수하면서 더 주목을 끌었다.

이 같은 거래가 성사되자 노보 노디스크 경쟁사인 릴리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릴리는 카탈란트 생산시설을 이용하는 주 고객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릴리 제품은 노보 노디스크가 인수하는 3개의 시설을 포함해 카탈란트에서 생산되고 있다. 카탈란트에서 릴리의 유전자치료제가 생산되고 있으며, 심지어 노보 노디스크가 인수하는 3개 시설 중 1개 시설은 릴리의 비만치료제 주사용펜에 대한 생산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릴리는 노보 노디스크가 카탈란트 3개 공장을 인수한 것에 대해 반독점규제당국이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신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릴리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릭스(David Ricks)는 “이번 거래는 의료기술 공급망의 중요한 노드에 대한 통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드문 사례”라며 “노보 노디스크와 경쟁하고자 하는 100개 이상의 기업들이 카탈런트의 고객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릴리의 비만치료제 주사용펜 생산을 위한 카탈란트와의 계약의 경우 “우리의 생산량에서 의미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중요하지 않은 숫자는 아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노보 노디스크가 카탈란트 3개 공장을 인수한 것은 노보 노디스크 비만약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으나,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직접 이를 생산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해당 3개 공장은 위고비 생산의 마지막 충전 단계를 맡아온 위탁 제조 공장으로, 노보 노디스크는 이들 공장이 위고비를 전담한다면 공급이 크게 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그 시점은 2026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릴리는 지난해 341억 달러(약 46조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비만·당뇨 치료제 ‘젭바운드’(티르제파티드) 매출 증가로 404억 달러(약 54조원)에서 416억 달러(약 56조원) 사이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만·당뇨치료제 분야 최대 경쟁사인 노보 노디스크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내 CDMO 업계 관계자는 “릴리가 비만치료제 등 의약품 생산을 맡기는 카탈란트를 노보가 인수한 것은 경쟁사인 입장에서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노보 노디스크가 카탈란트 인수를 통해 ‘인하우스’로 DP(완제) 생산량을 제고하는 것도 있지만 일라이 릴리가 카탈란트한테 추가적인 수주를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릴리가 다른 CMO(위탁생산)를 선정할 경우 기술이전 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 걸리고, 규제기관의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하는 등 병목현상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유럽의약품청(EMA)은 이와 관련한 조사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의약품 부족 문제를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노보 홀딩스의 카탈란트 인수가 의약품 가용성에 어떤 위험을 미칠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j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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