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결별한 뷰캐넌, '친정' PHI와 마이너 계약... 韓 4년 생활 마감→9년 만에 빅리그 재도전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14일(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우완투수 뷰캐넌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구단에 따르면 뷰캐넌은 이번 스프링캠프에 '논-로스터' 초청선수 자격으로 합류해 경쟁할 예정이라고 한다.
필라델피아는 이미 탄탄한 상위 선발진을 갖췄다.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7년 1억 7200만 달러(약 1506억 원) 재계약을 맺은 애런 놀라(31)는 지난해 평균자책점은 4.46으로 높았지만 193⅔이닝을 소화하며 202탈삼진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증명했다. 필라델피아에서 4시즌을 보낸 잭 휠러(34)도 13승 6패 평균자책점 3.61로 사이영상 투표에서 6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필라델피아는 12년 차 베테랑 선발 타이후안 워커(32)나 최근 몇년간 선발진을 지킨 레인저 수아레즈(29) 등이 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선발진의 뎁스 강화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 매체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데이브 돔브로스키 구단 사장은 "선수들이 다른 팀에서 선발 로테이션에 탈락했을 때, '아, 저 팀(필라델피아)은 뎁스가 얕네. 그러면 트리플A에서 기다리면 자리가 생길 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미 필라델피아는 고정적인 선발 외에도 맥스 카스티요(25)나 딜런 코비(33), 스펜서 턴불(32) 등 백업 선발진을 갖췄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뷰캐넌은 필라델피아에 선발진 뎁스 강화에 약간의 도움을 줄 것이다"고 전망했다.
결국 뷰캐넌은 2014년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아 올라왔고, 그해 20경기에 선발로 나와 6승 8패 평균자책점 3.75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마이너리그 시절 상위 유망주로 평가받지 않아 더욱 놀라운 성과였다. 이에 이듬해에는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도 합류하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뷰캐넌은 15경기에서 2승 9패 평균자책점 6.99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
2016년에는 메이저리그에 콜업되지 못했던 뷰캐넌은 결국 이듬해 일본프로야구(NPB)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계약을 맺으며 아시아 무대 도전에 나섰다. 첫 시즌 타선 지원이 나오지 않으며 6승 13패에 그쳤지만, 159⅔이닝을 소화하며 3.6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준수한 선발투수로 자리잡았다. 이어 2018년에는 28경기 174⅓이닝에서 10승 11패 평균자책점 4.03의 성적으로 선발진을 지켰다. 3년 동안 야쿠르트에서 활약한 그는 2020시즌을 앞두고 총액 85만 달러(연봉 60만 달러, 계약금 10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에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했다.
뷰캐넌은 이후로도 계속 삼성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2022년에는 11승 8패 평균자책점 3.04의 성적을 올렸고, 지난해에도 한국 입단 후 최다인 30경기 188이닝을 소화하며 12승 8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 처음으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4년 동안 113경기에 등판한 뷰캐넌은 54승 28패 평균자책점 3.02, 699⅔이닝 539탈삼진을 기록했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뷰캐넌만큼 삼성에서 오래 뛴 외국인 선수는 없었다. 삼성 외국인 투수 단일 시즌 최다승(2021년 16승), 첫 2년 연속 15승(2020~2021년) 등 프랜차이즈 기록을 여럿 세우면서 쉽게 잊히지 않을 듯했던 왕조 시절 외국인 에이스 릭 벤덴헐크(39)를 넘어섰다.
여전한 기량 속에 당연히 재계약이 유력해보였다. 하지만 조건에서 이견이 있었다. 삼성의 2024년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액은 440만 달러였고, 앞서 맥키넌과 시볼드에게 각각 100만 달러씩 준 삼성에게 남은 금액은 240만 달러였다.
뷰캐넌이 다년 계약을 원하며 생각보다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결국 삼성은 뷰캐넌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내년 시즌 외국인 운영에 걸림돌이 생기기 때문이다. 뷰캐넌에 대한 대우를 최고 수준으로 보장할 경우 큰 기대를 받고 있는 맥키논과 시볼드가 올 시즌 빼어난 활약을 펼치면 재계약을 할 때 연봉 협상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시볼드는 신장 188㎝, 몸무게 86㎏의 체격조건을 갖춘 우투수로 2017년 메이저리그(MLB) 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도 콜로라도 소속으로 27경기를 뛰었다. 87⅓이닝을 소화하며 1승 7패 평균자책점 7.52, WHIP 1.65를 기록했다. 트리플A에선 통산 13승 7패 방어율 4.13, WHIP 1.24를 기록했다. 시볼드는 평균 시속 150㎞대의 강력한 직구와 함께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의 완성도 높은 변화구를 구사한다는 게 삼성의 평가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레이예스는 키 193㎝, 몸무게 115㎏의 뛰어난 체격조건을 바탕으로 좌타자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 왼손 강타자가 많은 KBO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투수라는 게 삼성 구단의 평가다. 시볼드와 마찬가지로 지난 시즌까지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키운다. 뉴욕 메츠 소속으로 MLB에서 9경기(선발 3경기)에 출전했고 마이너리그에선 20경기(선발 18경기)에서 91⅔이닝을 소화했다. 속구 평균 구속 147㎞, 최고 구속 150㎞대의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며 투심 또한 수준급으로 구사하는 빼어난 제구를 바탕으로 로봇심판(ABS)에 최적화됐다는 설명이다.
뷰캐넌은 결별이 확정된 후 아내 애슐리 뷰캐넌의 SNS 계정을 통해 인사 영상을 올렸다. 그는 "우리 가족이 삼성과 다음 시즌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삼성 팬들은 우리 가족에게 정말 큰 의미였기에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에 발을 내디딘 첫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 팬들이 주신 사랑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떠나기로 한 결정은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고, 단 하나 말하고 싶은 건 나와 우리 가족이 삼성 팬들을 정말 사랑한다는 것이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그동안 주신 사랑과 추억에 감사함을 다 표현하기에는 이 영상이 너무 짧다. 다시 만나는 날까지 내 마음 속에서 절대 여러분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 몸에는 항상 푸른 피가 흐를 것이다. 정말 감사하고 사랑한다"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그와 함께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강민호(39) 역시 SNS를 통해 "넌 나에게 있어 최고의 투수였다.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 내 친구!"라며 찬사와 함께 뷰캐넌을 떠나 보냈다.
▷ 코너 시볼드 : 계약금 10만·연봉 80만·인센티브 10만 포함 총액 100만 달러, 2023년 12월 22일 계약
▷ 알버트 수아레즈 : 19경기 108이닝 4승 7패 ERA 3.92 88탈삼진 QS 10회, 8월 방출
▷ 테일러 와이드너 : 21경기 7승 5패 ERA 4.54 99탈삼진 QS 11회, 8월 NC→삼성 대체선수로 합류
▷ 호세 피렐라 : 139경기 타율 0.285 16홈런 80타점 66득점 OPS 0.764
※ 뷰캐넌 KBO리그 통산 성적
4시즌 통산 113경기 54승 28패 699⅔이닝 ERA 3.02 539탈삼진 승률 0.659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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