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초파리가 '밸런타인데이'에 암컷 유혹하는 법

수컷 초파리는 구애 메시지를 담은 유혹의 노래를 암컷 초파리에게 부른다. 이때 암컷 초파리의 상황에 맞게끔 구애의 노래를 바꿔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초파리의 신경세포들은 부분집합을 이뤄 보다 진화한 구애곡을 만들어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인 간 사랑을 고백하는 '밸런타인데이', 수컷 초파리는 초콜릿을 건네는 대신 암컷 초파리 앞에서 '유혹의 노래'를 부른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컷 초파리가 부르는 구애의 노래는 진화를 거듭한다.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연구팀은 수컷 초파리의 신경세포와 뉴런 구조를 분석해 초파리가 보이는 구애 행동의 메커니즘을 분석한 결과를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커렌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수컷 초파리는 날개를 진동시켜 주변 암컷 초파리에게 일종의 구애 메시지를 전달하는 독특한 노래를 만들어낸다. 먼저 구애 대상으로 삼은 암컷 초파리의 환경적 요인과 암컷 초파리가 보내는 신호를 포착한다. 이어 암컷의 상황에 맞춰 어떤 구애의 노래를 불러야 '유혹이 통할지' 결정한다.

초파리가 날개를 진동시켜 노래를 만드는 방법은 수많은 선행 연구를 통해 알려졌지만 초파리 신경계의 어떤 신경세포(뉴런)와 신경회로가 이같은 구애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신경회로는 여러 신경세포들이 상호 연결돼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신경세포의 집합을 말한다.

연구팀은 초파리 맞춤형 녹음 스튜디오를 제작했다. 스튜디오에서 수컷 초파리 96마리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동시에 녹음했다. 초파리들이 노래하는 동안에 발생하는 신호를 분석해 구애의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초파리 신경계내부의 어떤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는지 확인했다.

이어 초파리가 암컷의 상황에 맞춰 구애의 노래를 바꿀 때는 신경세포의 활동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알아 봤다. 수컷 초파리 5000마리가 부르는 1800시간 분량의 구애 노래를 분석했다.

그 결과 매우 적은 수의 신경세포만으로 구애 노래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신경세포들은 서로 복잡하게 연결돼 두 가지 유형의 구애곡을 만들 수 있는 신경회로를 구성했다. 신경회로 당 구애곡 1개가 탄생했다. 회로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들은 자신들끼리 또 다시 일종의 부분집합을 만들었다. 부분집합이 만들어낸 구애곡은 기존 신경회로에서 만든 곡보다 좀 더 단순한 형태로 진화됐다.

초파리는 인간과 매우 유사한 유전적 형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 교정 연구에서 초파리가 많이 활용되는 이유다. 연구팀은 "초파리의 신경계가 어떻게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조정하고 여러 움직임을 생성하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했다"며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의 신경세포가 어떻게 구애처럼 정교한 행동을 구현해내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