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배터리 광물 투자, 지금이 적기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2024. 2. 1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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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강한 한파가 닥쳤다. 하지만 백색황금으로 불리는 리튬과 배터리의 원료인 니켈, 코발트 그리고 희토류 등 에너지, 모빌리티 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 확보 전쟁은 오히려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수요가 둔화되고 가격이 떨어지면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를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투자 적기로 판단한다. 현재 고금리와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로 배터리 광물 가격이 하락했지만 전기차 시장 전망은 흔들림 없이 상승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가격이 하락한 시점을 공격적으로 자원을 확보해 공급망을 강화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중국 간펑리튬은 현대차와 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인 현대차와 글로벌 1위 리튬업체 간펑리튬 모두 최근 전기차 시장 둔화 영향을 크게 받는 기업이지만, 현재보다는 미래를 내다본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차는 이번 장기 계약으로 리튬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확보하면서 앞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성능 배터리에 투입되는 핵심 광물은 리튬 이외 니켈, 코발트 등이 있는데, 특히 니켈의 사용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최근 니켈 가격이 심상치 않다. 전기차 시장 여파로 지난 5일 기준 톤당 1만 6036달러(약 2156만원)를 기록하며 2년 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연일 하락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꾸준히 니켈 투자를 늘리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최근 세계 최대 니켈 매장지인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광산 지분 60%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삼성SDI도 캐나다 니켈 개발기업 캐나다니켈의 지분 8.7%를 인수했다. 삼성SDI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생산하는 니켈 생산량 10%를 사전 계약한 금액에 구매할 수 있고, 협의를 통해 15년간 생산량의 20%를 추가로 공급받을 수 있다.

세계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일본은 스미토모 상사를 중심으로 1939년부터 니켈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스미토모는 니켈 광산-제련-생산 및 배터리 소재(양극재)까지 일괄 생산할 수 있는 밸류 체인을 갖고 있다. 스미토모는 2000년 초부터 필리핀의 니켈 광산 개발에 투자해 현재 필리핀 3곳, 뉴칼레도니아 1곳과 세계 3대 니켈 광산인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 니켈 원광 수입, 니켈 선철을 가공해 스테인리스강 수요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산업단지 건설에 나서면서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니켈 광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형 배터리의 핵심 기술은 하이니켈이다. 코발트 비중을 낮추고 니켈 비중은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리튬이온배터리에 하이니켈을 사용한다. 니켈 비중을 높이면 동일한 크기의 배터리 용량이 증대되고 전기차 주행거리 확보가 가능해진다. 니켈 90%의 하이니켈 배터리를 장착할 때 주행거리가 약 600Km 예상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 센터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수요는 2050년까지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니켈의 수요는 배터리 외에도 스테인리스, 합금, 특수강, 도금 등 산업 사용 용도와 함께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는 전기차 시장 침체로 니켈도 공급 과잉이 이어지면서 일부 니켈 광산의 휴‧폐광 업체도 나오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배터리 산업 전반에 옥석 가리기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긍정적인 면은 중국, 남미에 편중된 광물 공급망 다각화에 상당히 좋은 징조다. 현재 니켈 최대 1위 매장 및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니켈 원광 수출이 금지되는 등 자원 보유국이 자국의 자원을 무기화 또는 국유화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공급망 다각화 차원에서라도 인도네시아 이외 지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대안 국가가 니켈 매장량 세계 2위인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니켈 원광 수급도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생산되는 니켈 원광의 약 90%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영향을 받지 않는 필리핀으로부터 니켈 개발을 통해 원광 또는 중간재를 공급 받는 등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 건설용 철강 전문업체인 제이스코홀딩스가 필리핀 디나가트 니켈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제이스코홀딩스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필리핀 현지 파트너사 EVMDC( EV마이닝&디벨롭먼트)가 니켈 원광 채굴을 위한 기반 시설 공사 착공식을 가졌다. 제이스코홀딩스는 지난해 EVMDC에 투자해 지분 10%를 확보했다. EVMDC에 따르면 완공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약 5~8개월로 이 기간 동안 야적장, 선착장, 숙소 및 사무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다만 니켈 원광 채굴은 5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만약 제이스코홀딩스의 계획대로 사업이 잘 진행돼 1차 가공된 니켈이 국내에 공급된다면 국내 배터리 제조사와 특수강 관련 업체들에게 좋은 공급망이 될 수 있다. 니켈을 포함 핵심광물 확보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필요로 하기 때문에 수요는 많은 반면, 생산 지역이 편중돼 있어 수급 리스크가 높기 때문이다.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라도 자원 부국과의 외교 노력을 통해 광산개발 투자 및 교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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