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의사 못하겠다” 공개 사직 선언한 인턴…‘개별 행동’ 시작되나

김수연 2024. 2. 1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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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총파업 등 집단행동을 시사했던 전공의 단체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며 '신중 모드'에 들어갔다.

정부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개별 사직 등의 방식으로 단체행동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는데, 실제 한 대학병원 소속 인턴이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히며 '사직 릴레이'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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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성모병원 홍재우 인턴 “면허 가져가도 좋다”
정부 ‘집단 행동’ 강경 기조에 개별 행동 가능성↑
대전성모병원의 한 인턴이 13일 유튜브를 통해 사직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공공튜브 메디톡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총파업 등 집단행동을 시사했던 전공의 단체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며 ‘신중 모드’에 들어갔다. 정부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개별 사직 등의 방식으로 단체행동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는데, 실제 한 대학병원 소속 인턴이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히며 ‘사직 릴레이’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전성모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이라고 밝힌 홍재우씨는 13일 유튜브 채널 ‘공공튜브 메디톡’에 ‘결의’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사직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중앙대학교 의대를 졸업했다는 홍씨는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에 합격해 전공의가 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는 젊은 의사들의 단체행동에 대한 불씨가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영상을 올렸다면서 14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씨는 영상을 통해 사직이 ‘개인 사유’ 때문이라면서도 이번 의대 증원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지금 촬영하는 영상은 대한전공의협의회의 공식 입장이 아닌 한 전공의 개인의 입장임을 먼저 밝힌다”며 “개인적 사유로 사직하고 쉬기로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의사에 대한 시각이 적개심과 분노로 가득한 현 상황에서 저는 더 이상 의업을 이어가기 힘들다 판단했고 잠시 내려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반대 피켓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어 “저는 의업을 행하는 사람임과 동시에 한 환자의 보호자이기도 하다”며 “그럼에도 제가 이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던 이유를 기득권 집단의 욕심과 밥그릇 지키기로 치부하지 말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혹시 이 영상을 보고 제가 집단행동을 선동한다 생각하신다면 면허를 가져가셔도 좋다”며 자신의 면허 번호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 “타교 출신임에도 저를 믿고 뽑아주셨던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님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홍씨가 언급한 서울성모병원은 수도권 빅5 병원 중 하나로, 이 영상을 시작으로 향후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행동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전공의들이 수련 재계약 거부 등 법적 테두리 내에서 투쟁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또 의료원 소속 인턴 상당수가 빠르면 14일부터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날 진행된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박단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의결했다. 대전협이 향후 집단행동 계획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자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강경 대응’ 기조를 밝힌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할 경우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대한의사협회(의협)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퇴사하는 상황을 사전에 막고자 각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도 내렸다.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개혁과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세종=뉴스1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수본 브리핑에서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며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을 다시금 강조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 표명이 없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집단행동을 한다는 것인지, 안 한다는 것인지 확인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희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계속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오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의대 증원 반대 집회를 열고 오는 주말 회의를 통해 총파업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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