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폐지된 ‘화물차 안전운임제’ 부활시킨 호주

김지환 기자 2024. 2. 14. 07: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약자 보호 ‘구멍 막기 법안’ 의회 통과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 보장
퇴근 후 ‘연락받지 않을 권리’ 포함도
호주 노동조합평의회(ACTU)가 구멍 막기 법안 통과 뒤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이미지

호주에서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부활시키는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했다. 화물노동자뿐 아니라 음식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가 ‘최저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한국의 안전운임제는 3년 시한으로 도입됐다가 2022년 12월31일 폐지됐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구멍 막기 법안(Closing the Loopholes bill)이 의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법안의 핵심은 2016년 보수당 정부가 폐지한 연방 차원의 안전운임제를 되살리는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호주 정부는 “이 개정안은 공정노동위원회(Fair Work Commission)에 도로운송산업에 대한 최저기준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노사정 중 한 곳이 신청할 경우 공정노동위원회는 운임, 노동시간 등에 대한 최저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호주에선 안전운임제 폐지 이후 과속, 장시간 노동 등의 문제가 잇달았다. 이에 안전운임제를 재입법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커졌다. 국제운수노련(ITF)은 “이번 개혁은 착취적인 경쟁을 막고 화물노동자에게 공정한 운임·노동조건을 보장하며 호주의 도로를 더 안전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안전운임제는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가 2022년 12월31일 사라졌다. 애초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을 제안했던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이후 태도를 바꿔 이를 무효로 했다.

화물연대가 지난해 6월26일부터 7월10일까지 컨테이너 화물기사 297명을 조사한 결과, 안전운임제 일몰 전인 2022년 378만646원이었던 월수입은 일몰 후인 지난해 241만5149원으로 136만5497원(36.12%) 감소했다. 운임이 깎이고 비용이 오르다 보니 화물기사들은 과로에 내몰렸다. 2022년 월 264.5시간이던 화물기사들의 노동시간은 지난해 44.7시간 늘어난 309.2시간이었다. 국회엔 안전운임제를 영구적으로 도입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논의에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구멍 막기 법안이 긱 노동자를 위한 더 나은 보장을 제공할 것이라며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이미지

법안의 또 다른 핵심은 공정노동위원회가 우버 기사, 음식 배달 라이더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일감을 받아 일하는 이들의 운임, 계정 정지 등 노동조건 최저기준을 명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토니 버크 호주 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8월 “최근 몇 년간 호주 도로에서 적어도 13명의 긱(gig·임시직) 노동자가 숨졌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법안에는 이른바 노동자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도 담겼다. 퇴근 뒤 사용자의 연락을 거부할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한국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국회 문턱을 넘진 못했다.

국제운수노련 스티븐 코튼 사무총장은 “노동자인지, 개인사업자인지, 긱 경제에서 일하는지와 관계없이 호주의 도로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안전하고 공정한 운임, 노동시간, 노조할 권리 등에 대한 기준이 설정될 것”이라며 “호주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도 이 같은 개혁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 [단독]정부가 깨부순 화물기사의 삶…안전운임제 사라진 결과는 ‘벼랑 끝’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8201621001#c2b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