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전망, 데이터 전문가 4명에게 물었다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누가 이길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여론조사 기관들은 이런저런 조사 결과를 내놓곤 한다. 그러나 “대선과 달리 총선 결과 예측은 맞은 적이 사실상 한 번도 없다. 그만큼 어렵다”라고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설명한다. “각 당의 후보가 한 명뿐인 대선과는 달리 선거구만 250개가 넘고, 해당 선거구(예컨대 서울 관악을)에 사는 사람만 따로 추려내서 지지 후보를 묻기도 쉽지 않으며, 어떤 지역에 야권 후보가 여러 명 나오는지 아닌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총선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180석 이상 의석을 얻을 줄 알았다가 122석을 얻어 패한 일은 여론조사 기관들의 ‘악몽’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의 딜레마는, ‘여론’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민주주의를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여론조사’라는 도구를 버리는 순간, 여론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몇 년 만에 돌아오는 선거로 한정된다는 점이다(박원호 교수, ‘여론조사는 공공재이다’, 〈경향신문〉 2016년 5월11일자 칼럼).” 정확한 예측은 아니더라도, ‘현재까지 드러난 데이터’로부터 일말의 통찰을 끌어내는 일은 유권자와 각 정치세력에게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시사IN〉은 선거 데이터 전문가 4명(박원호 서울대 교수,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에게 22대 총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공통 질문 4개를 던졌다. 견해는 비슷하면서도 종종 엇갈렸다. 그리고 통념과는 달랐다. 시계열 비교가 용이한 한국갤럽 조사를 주로 인용했다.
1. 정권 심판 선거인가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 임기 중반에 이뤄지는 만큼 ‘정권 심판론’이 작동하는 선거이며,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 유리하다는 명제에 4명 모두 어느 정도 동의했다. 한국갤럽이 1월9~11일 조사한 결과,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51%에 달했다.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국민의힘)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이른바 ‘정권 심판론(견제론)’이 16%포인트 우세한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은 지난해 4월부터 대체로 일관된 흐름이다(〈그림 1〉, 이하 인용되는 모든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물론 ‘대통령 임기 중에 치러지는 선거는 정권 심판론이 작동하며, 따라서 여당이 패배한다’는 명제가 ‘철의 법칙’인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선거 결과를 보면, 오히려 여당의 패배는 예외에 가깝다. 노무현 정부 집권 2년 차인 2004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이 152석으로 과반을 얻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에 실시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153석 과반 확보에 성공했으며, 이명박 정부 임기 막바지였던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끈 여당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역시 152석 과반수를 얻었다. 앞서 짚었듯 박근혜 정부 후반기인 2016년 실시한 20대 총선은 여당이 1석 차이로 민주당에 패했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중반이던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은 여당이던 민주당에 180석을 안겼다. 당시 총선 직전에 실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민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49%,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39%였다. 결과는 실제로 여당의 압승이었다.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2020년 총선보다도 더 나쁜 지형으로 선거에 임하게 된 건 사실이다. 이는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와 관련이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23~25일 조사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31%에 그쳤다. 63%는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정당 지지도는 이와는 차이가 있다. 한국갤럽이 1월23~25일 실시한 조사에서 ‘현재 지지하는 정당’을 물은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이 36%, 더불어민주당은 35%로 팽팽하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유권자들이 꼭 평소 지지하는 정당에만 투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 판세, 사표(死票) 방지 심리 등에 따라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 투표하기도 한다(이를 ‘전략 투표’라고 한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22%에 달한다. 그래서 정당 지지도보다는 총선 결과에 대한 기대를 묻는 문항이 통상적으로 선거 결과를 더 잘 예측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 무당층은 현재 민주당 지지자로는 잡히지 않아도, 이대로라면 선거일에 윤석열 정부 심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낮은 평가를 고려하면 야당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높아야 하는데, 민주당이 현재의 유리한 환경을 당 지지율 상승으로 좀처럼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정치학 박사·전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이명박 정부 즈음부터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현상이 관찰됐다.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정권교체를 한다고 별로 달라지는 게 없구나’라고 유권자들이 깨달은 거다. 현재 정권 심판론에 동의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긴 하지만, 조사를 해보면 유권자 4명 중 한 명 정도는 집권 여당만이 아니라 야당도 심판하고 싶어 한다. 이 ‘여야 동시 심판론자’들이 이번 선거의 캐스팅보터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가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심판할 수 있음을 보여준 수치가 있다. 한국갤럽은 1월23~25일 조사에서 기존 ‘정권 심판론’과 ‘정권 지원론’ 외에 제3의 선택지를 추가했다. 그 결과 4월 총선에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3%, ‘제1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3%, ‘양대 정당이 아닌 제3지대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24%였다(〈그림 1〉). 앞선 조사(1월9~11일)에서 ‘정권 심판론’이 51%, ‘정권 지원론’이 35%였던 걸 감안하면, 제3지대 정당이 정권 심판론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고 있는 모양새다.
2. 제3지대 돌풍 일어날까
그렇다면 이번 총선에서 제3지대 정당이 2016년 38석을 얻은 ‘안철수의 국민의당 돌풍’을 재현할 수 있을까? 이런 전망에 동의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안철수 신당이 2016년 총선에서 정당 지지율 2등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의석을 얻은 건 호남 지역구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득표한 한 명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하에서, 지역 기반 없는 제3지대 신당으로는 굉장히 어렵다. 선거제가 어떻게 개편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 몇 석 못 얻을 거라고 봐야 한다(박원호 교수)."
한국갤럽 조사에서 ‘제3지대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 절반 가까이(48%)가 ‘이준석 신당’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낙연 신당’은 26%다. 광주·전라 지역 유권자 중에서, 전남 영광이 고향이고 전남도지사를 지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신당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73%는 지지 의향이 없다고 했다. 대구·경북 지역 유권자 중 이준석 신당을 지지할 의향이 있는 이들의 비율도 20%에 그쳤다. 70%는 지지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교차분석을 하기에는 사례 수가 많지 않지만, 두 신당 모두 뚜렷한 지역 기반이 아직은 없음을 알 수 있다. 한국갤럽이 1월9~11일 조사한 결과, 대권주자 지지율은 이준석과 이낙연 둘 다 3%에 머물렀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제3지대 신당에 대해 “터는 넓은데 믿고 기댈 만한 나무가 없다”라고 평했다. “이준석은 젊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민의힘 당대표에 올랐고 분명 많은 장점을 보여줬다. 그런데 그 뒤에 당에서 억울하게 쫓겨나고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을 향한 수많은 독설과 비난, 저주에 가까운 시비 걸기를 하며 정치 지도자로서의 평가가 낮아졌다. 이낙연 전 대표도 진중하다는 강점은 있지만, 바람을 일으키기에는 이미 ‘지나간 세대’다. 제3지대가 지지부진한 건 이처럼 리더가 명확하게 서 있지 않은 측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지도자’로서의 포지션과 가능성을 선점하고 있는 건, 현재로서는 여당의 한동훈 비대위원장으로 보인다.”
이상일 소장은 그 근거로, 앞서의 갤럽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 대표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52%에 달한 것을 꼽았다. 이는 여당이 과반을 얻은 2012년 총선의 박근혜 비대위원장 시절 직무수행 평가와 같은 수치다(〈그림 2〉). “보통 정당 지도자에 대한 평가에서 50%를 넘는 숫자가 잘 안 나온다. 정당 지지층 자체가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국민의힘 지지자만 따지면,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긍정 평가는 89%로 올라간다). 2012년 박근혜 비대위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한동훈이 새로운 여당의 상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이상일 소장).” 한동훈 위원장은 1월9~11일 갤럽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22%를 기록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23%)와 오차범위 내 차이를 보였다. 한편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서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그림 3〉).
3. ‘김건희 리스크’가 선거 좌우할까
제3지대보다 ‘한동훈 효과’가 크고 그것이 이재명을 앞선다면, 이번 선거는 여당이 이긴 게임이라고 봐도 될까? 꼭 그렇지도 않다. 이른바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남아 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 이유에서 김건희 여사가 처음 언급된 건 2022년 6월 중순 봉하마을 지인 동행과 팬클럽 논란 때였다. 그 이후에도 몇 차례 언급은 되었지만 윤석열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 중 ‘김건희 여사 문제’의 비율이 5%를 넘은 적은 없었는데, 1월23~25일 조사에서는 9%를 기록했다. 윤희웅 센터장은 “김건희 여사 문제가 대통령실과 여당 비대위원장의 갈등 요인으로 부상했고, 양측이 계속해서 이에 대한 입장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만약 한동훈 위원장이 대통령실과 혼연일체가 되어 그 사안을 방어하는 식으로 간다면,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정한울 원장의 생각은 다르다. “김건희 리스크가 하나의 계기일 수는 있지만 핵심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5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2023년 11월27일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수수 의혹 영상을 〈서울의소리〉 유튜브가 공개하기 전에도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높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그가 취임한 2022년 5월 51%, 6월 49%에서 임기 두 달 만인 7월에 32%로 내려앉은 뒤 줄곧 30%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 1위는 ‘경제·민생·물가(16%)’다.
“문재인 정부가 무너진 과정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시민들은 경제, 불평등, 저출산이 걱정되고 여기에 신경 쓰는 대통령을 보고 싶어 했는데 엉뚱한 검찰 싸움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까지 오르니 민심이 폭발했다. 그걸 혼내주기 위해서 윤석열을 택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야말로 대놓고 이념 싸움을 하지 않았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이 대표적이다. 세부적인 정책 아이디어나 정권·야당 심판론 같은 각종 ‘프레이밍’ 이전에 ‘어떤 의제를 우선순위를 갖는 의제로 부각할 것인가’, 즉 ‘프라이밍(priming·점화) 효과’가 더 중요하다. 명품 백을 받은 건 잘못한 일이지만 그걸 사과한다고 해서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진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중요한 과제를 얼마만큼 진지하게 마주하는지가 핵심이다(정한울 원장)."
같은 맥락에서 정한울 원장은 한동훈 위원장이 제기한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청산론’을 회의적으로 본다. 그간 한동훈 위원장이 보여준, ‘여야 진영 싸움에서 말로 이김으로써 지지층에 통쾌함을 주는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어서다. 그는 한동훈이 ‘보수의 유시민’ 같다고도 했다. 정한울 원장의 말이다. “비유하자면 수평적인 차원에서 여야 싸움의 리더가 아니라, 수직적인 차원에서 유권자 그룹을 대표해 사회경제적 대안을 내놓는 리더여야 차기 지도자를 꿈꿀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초유의 위기에서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그쪽 쟁점들을 잡아낸다. 정책에 대한 평가나 동의를 떠나, 일단 그 문제에 대한 자기 연구, 자기 진단이 있는 거다. 지금 정치 리더를 꿈꾸는 사람 중에서 그걸 만들어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민주당의 저출산 해법이 뭔지 생각나는 게 있나?”
4.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문제일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월31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저출생 해법으로 ‘출생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금액, 소요 재원은 추후 대화기구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표는 2022년 대선 때도 연 25만원(월 2만833원)으로 시작해 임기 말 연 100만원(월 8만333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적이 있다. 각각 13조원, 52조원이 드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초기 재원은 초과세수로 충당하고, 나중에는 토지이익배당과 탄소배당으로 추진한다고 했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또 다르다. 지난해 세수 펑크는 56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생 해법으로서 기본소득이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대표는 한동훈 위원장의 ‘86 청산론’에 대해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 독재”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가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민주당 지지자 내에서도 69%에 그친다. 흔히 꼽히는 요인은 ‘사법 리스크’다. 위례·대장동 특혜 개발, 성남 FC 뇌물 관련 재판에 일주일에 수차례 참석해야 해 총선을 진두지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상일 소장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 차원을 넘어 ‘이재명 리스크’가 민주당이 현재 정권 심판론을 받아안지 못하고 있는 이유의 “거의 전부다”라고 말한다. 재판 결과 이전에, 지금까지 이재명 대표가 내린 일련의 정치적 선택들이 이재명의 민주당을 ‘미래의 대안’으로 여기기 어렵게 했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직후인 2022년 6월 ‘수사를 앞두고 방어권 행사를 위해 출마한다’는 ‘방탄 논란’을 무릅쓰며 송영길 전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2023년 6월에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을 했다가 석 달 만인 2023년 9월 이를 뒤집으면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했는데, 민주당에서 일부 이탈표가 나오면서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해 가까스로 복귀하긴 했지만, 이후부터 소위 친(親)이재명계와 비(非)이재명계 간 갈등이 위험수위로 치달았다. 급기야 비명계 의원 3명(김종민·조응천·이원욱)과 이낙연 전 대표는 각각 민주당을 탈당하고 제3지대 신당을 꾸리고 있다.
탈당 전인 지난해 12월 비명계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의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그래야 민주당이 방탄 정당, 팬덤 정당, 패권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엄중한 시기에 당대표가 주 3회 재판을 받고 유죄판결이 선고될 위험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시사IN〉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3년 12월7~12일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웹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파’ 중에서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를 사퇴하면 민주당을 더 지지할 것이다’라고 답한 이들이 37%였다(‘변화 없다’는 31%, ‘덜 지지할 것’은 13%, ‘모르겠다’는 19%). 그러나 현재로서는 민주당이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대선주자 1위를 다투는 당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상일 소장은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이 60%이고 지원론이 40%이니 수도권은 우리가 다 먹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도 여당은 비대위도 출범시키고 새로운 사람도 데려오며 차별화하려고 노력하는데, 야당은 총선이 임박한 1월에 ‘부자 몸조심’도 아니고 ‘부자 지분 싸움’을 하고 있다. 정작 유권자들은 땅을 줄 생각이 아직 없는데”라고 말했다. 전문가 4명 중에서 총선 결과 예측을 명시적으로 내놓은 사람은 이상일 소장뿐이었다. 그는 “이렇게 기울어진 선거에서 과연 여당이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많이 들지만, 그럼에도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길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야당이 뭔가 변화를 줘야 하는데, 이재명 대표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너무 적어 보인다. 사실상 하나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그 카드를 쓰지 않을 것 같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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