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초연에 '명작' 소리 나온 '일 테노레'...가장 이상적인 '한국 뮤지컬'
박천휴 작가, 윌 애런슨 작곡가 콤비 작품
"실제 오페라 가정하고 곡 만들어"
신춘수 프로듀서 "한국 배경 소재 각광...완성도, 보편성 확보 중요"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창작 초연작임에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명작' 소리를 듣고 있는 뮤지컬 '일 테노레'(IL TENORE). 한국적 소재와 보편적 감성의 조화. 어쩌면 한국 뮤지컬이 나아가야 할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12월 19일 개막한 '일 테노레'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과 오페라 공연을 함께 준비하는 독립운동가 서진연, 이수한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의사이자 한국 오페라의 선구자인 테너 이인선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새롭게 창작됐다. 공연 제작사 오디컴퍼니가 선보이는 신작 뮤지컬로, 신춘수 프로듀서와 박천휴 작가, 윌 애런슨 작곡가, 김동연 연출 등이 창작진으로 나섰다.
창작 초연에 중극장 규모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독립운동과 오페라라는 소재의 참신한 결합,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서사, 공감을 자아내는 주제, 완성도 높은 넘버 등이 'N차 관람'을 유도하고 있다.

'번지점프를 하다', '어쩌면 해피엔딩' 등을 선보인 박천휴 작가, 윌 애런슨 작곡가 콤비가 2018년 우란문화재단에서의 리딩 이후 오랜 시간 공들여 내놓은 결과물이다.
최근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처음 구상하기 시작한 건 저희가 함께 쓴 첫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완성하고 난 직후였다. '일 테노레'의 주인공들처럼 저희 역시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데, 세상이 그걸 허락하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하는 게 당연한 나이였다"고 출발점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박천휴 작가는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윌의 지식과 감각을 마음껏 보여줄 수 뮤지컬을 만들고 싶었다"고 소재 선택에 대한 계기를 덧붙였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방대한 양의 사전 자료조사는 필수였다. 동시에 현재를 사는 관객들에게 어필도 중요했다. 네 가지 버전에서 시작해 수정을 거듭, 최종적으로 현재의 상태에 이르게 됐다고.

특히 극 중 가상의 오페라 '꿈꾸는 자들' 속 음악은 '일 테노레'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한국적 소재는 올드할 것이라는 편견을 완전히 깬 세련된 음악. 여기에 18인조 오케스트라 구성으로 완성도를 더했다.
두 사람은 "단순히 19세기 오페라 스타일을 구현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2023년에 개막하는 창작 뮤지컬로서 '일 테노레'에 어울리면서 독창적인 사운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음악적 목표를 전했다.
애런슨 작곡가는 또한 "뮤지컬이지만 극 안에 등장하는 오페라 스타일 넘버들의 완성도가 높아야 이 이야기의 설득력이 커질 거라 생각했다"라며 "실제 오페라라고 가정하고 좋은 오페라 곡들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9세기 오페라 스타일과 미학을 지니면서 동시에 이 이야기와 캐릭터에 어울리는 감정과 분위기를 지니도록 했다. 결국 공연에 포함된 오페라 곡들보다 훨씬 많은 곡을 만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페라 곡들의 모티프, 멜로디가 오페라 스타일이 아닌 넘버들에서도 반복되며 극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성을 지니길 의도했다"라며 "오페라 넘버와 아닌 넘버 사이에 충분히 차별점을 두면서도, 전체적으로 오페라적인 편곡이나, 모티브,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노랫말을 계속 사용하는 등의 방법을 썼다"고 덧붙였다.
꿈에 대한 보편적인 주제가 공감을 유발한다는 것도 주효했다. 특히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서로 다른 꿈이 충돌하는 순간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애런슨 작곡가는 "세상이 제시하는 우선순위와 한 개인의 꿈 사이에는 보통 갭이 생긴다"라며 "1930년대가 아니라 어떤 시대를 살더라도 마주하게 되는 일"이라고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강조했다.
이어 두 사람은 "'꿈의 무게'가 한동안 가제였다. 무사히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난폭한 세상에서 꼭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꿈이 생길 때, 그것의 아름다움과 비극을 동시에 담고 싶었다"라고 의도한 바를 전했다.

'일 테노레'가 한국 뮤지컬계에서 갖는 의미도 크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지난 2022년 사상 첫 매출액 4000억 원 규모를 돌파한 후 계속해서 호황을 맞고 있지만, 이를 주도한 건 대부분 해외 라이선스 대작들.
국내 창작 뮤지컬의 경우에도 서구권 문화의 배경과 인물을 다룬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영웅', '명성황후', '광화문연가', '그날들' 등 한국 배경의 작품들이 꾸준히 공연되고는 있지만 이들 모두 제작된 지 10년이 넘었다. 신작에 대한 관객들의 갈증이 생길만한 시점이다.
물론 소극장에서는 한국적 소재의 작품들이 다수 제작되고 있다. 그러나 중대형 극장 규모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최근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시스터즈' 등이 호평을 얻기도 했지만 여전히 전체 신작 대비 비율은 낮은 편.
그렇기에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중대형 규모의 창작 뮤지컬 '일 테노레'는 더욱 반갑다. 게다가 완성도까지 갖췄다. 세계 뮤지컬 시장에서 한국 뮤지컬만의 특색으로 내세울 경쟁력도 높다고 볼 수 있겠다.

신춘수 프로듀서도 앞서 '일 테노레'에 대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보편성과 높은 완성도를 갖춘 작품을 목표로 프로듀싱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이같은 작품의 제작이 부진했던 이유는 뭘까. 신 프로듀서는 "너무 익숙하고 잘 알고 있는 한국적인 배경의 이야기보다는 새로운 소재를 찾으며 소모했던 것 같다. 특히 대극장 창작에서는 현실적인 제작비 문제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 테노레'의 성공적 탄생은 향후 더 많은 한국적 소재의 창작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신 프로듀서는 "요즘 다른 장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재들이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 것에서 소재를 찾고자 함과 동시에 그 소재를 가지고 완성도와 보편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가능성을 밝혔다.
한편 '일 테노레'는 오는 2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윤이선 역 홍광호, 박은태, 서경수, 서진연 역 김지현, 박지연, 홍지희, 이수한 역 전재홍, 신성민 등이 출연한다.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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