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과기의전원 설립 추진 공식화…관건은 의대 정원 확보

이병철 기자 2024. 2.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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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올해 주요정책 추진 계획에 ‘과기의전원 설립 추진’
미국은 이미 HST, MSTP 등 우수 프로그램 갖춰
한국은 KAIST 의과학대학원이 유일한 성공 모델
의대 교육과 과학 교육 더해 의사과학자 양성해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7월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관 혁신미래의료연구센터에서 이지연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의사과학자들이 연구하는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추진할 주요 정책 중 하나로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추진을 지목했다. 과기의전원은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에게 과학을 교육해 의사과학자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 기관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줄곧 의사과학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과기의전원 설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나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정책 방향으로 설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기정통부는 13일 ‘2024년도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해 과기의전원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충주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임상의사뿐 아니라 의과학 분야를 키우기 위한 의료인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같은 해 4월 미국 순방에서는 메사추세츠공대(MIT)를 방문해 모더나 공동창업자인 로버트 랭거 교수, 합성생물학 분야의 선구자인 제임스 콜린스 교수를 비롯한 의과학 분야 석학을 만나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에 대해 의논하기도 했다.

정부가 이처럼 의사과학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기존 의사, 과학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연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과학자는 환자를 치료해 본 의사로서의 경험과 과학자로서의 시각을 모두 갖춰 의료계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충족 수요는 질병에 대한 진단법이나 치료법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실제로 역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중 약 52%가 의사 출신의 과학자인 의사과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는 이미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 운영되고 있다. MIT와 하버드대 의대가 공동으로 설립한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HST)이 대표적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의대를 보유한 하버드대와 공대 분야에서 최고 수준인 MIT가 손을 잡고 의사과학자 양성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스탠퍼드대가 운영하는 ‘MSTP’를 통해서도 의사과학자를 배출하고 있다.

볼프람 고슬링 HST 디렉터는 지난해 10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바이오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 토론회’에 참석해 “10~20년 후 의료 혁신가를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전임상, 임상, 연구 모든 분야를 교육해 복합적인 인재로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의사과학자 분야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매년 배출되는 의사 3058명 중 의사과학자 진로를 선택하는 경우는 1%도 채 되지 않는다. 중도 이탈하는 경우를 고려하면 실제 의사과학자의 수는 더 적다고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올해 과기원의 과기의전원 설립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의전원 설립 준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곳은 KAIST다. KAIST는 2015년부터 과기의전원 설립을 준비해왔으며 지난해 공식적으로 추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KAIST는 현재 의과학대학원을 운영하면서 의사를 의사과학자로 만드는 성공적인 모델을 구축했다. 이같은 성공 모델을 바탕으로 과기의전원을 설립해 의사과학자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KAIST가 과기의전원 설립을 본격화하면서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을 비롯한 4대 과기원도 과기의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특성화대인 포스텍(포항공대)도 가세한 상황이다.

다만 과기의전원을 설립하려면 의대 정원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KAIST 관계자는 “과기의전원 설립을 위한 의대 인가 이전에 정원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도 입시에서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발표했으나, 정원 배분안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4월 전까지 의대 정원 배분안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에 늘어난 의대 정원은 과기의전원에서 확보하지 못했다”며 “올해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방안이 주로 의논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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