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영의 저랑 같이 신문 읽으실래요] [2] “요즘 누가 종이신문을 보냐고?”

김필영 작가·글로성장연구소 부대표 2024. 2.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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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인터넷에 신문 구독을 검색했다. 뜻밖에도 고민이 되는 건 구독 방식이었다. 구독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종이와 온라인 형태.

고민하던 중 모처럼 첫째 아이 나이가 같아 친하게 된 언니를 만났다. 그녀와 근황 토크를 하다가 신문 구독에 대해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언니, 저 이번 달부터 신문 구독하려고 해요.”

그녀는 일곱 살 첫째의 머리를 다시 묶어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끄덕임과 별개로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치 우리 집은 세탁기를 쓰지 않고 냇가에서 손빨래한다는 말을 들은 듯한 표정이었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인 그녀가 몇 초간 뜸을 들이다 내게 말했다.

“근데 그냥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으면 되지 않아? 요즘 누가 종이 신문을 봐.”

아…. 하루에도 수십 개씩 읽는 기사. 맞다. 신문 구독 없이도 나는 이미 많은 기사를 온라인으로 읽고 있다. 그런데 왜 내 머릿속에는 다양한 생각이나 남는 정보가 없을까. 휴대폰을 켜서 내가 클릭했던 기사들을 보았다. 대부분이 연예 관련 기사이거나 실시간 인기 기사였다. 경제나 정치 관련 기사는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거다. 그렇기에 시사 상식이나 사회 전반적인 흐름을 잘 알지 못하는 건 너무 당연했고, 연예 기사를 읽을 때조차 손가락으로 쓱쓱 화면을 올리며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할 때 집중하지 않고 봐서 거기에 따른 내 생각을 건져올 것도 없었다. 기사를 읽지 않고 그냥 눈을 떠서 보았다가 정확한 표현일까.

다음 날, 독서 모임에서 만난 지인 한 명이 태블릿 PC로 구독 중인 전자 신문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전자 신문이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볼 수 있고 또 신문 구독료는 종이 신문에 비해 더 저렴해서 좋다며 내게 추천했다. 그날 독서 모임이 끝나고 바로 전자 신문을 구독하려고 했지만 뭔가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 언제든 편하게 볼 수 있다는 말이 소화되지 않고 목에 걸렸다. 전자 신문이든 인터넷 기사이든 모두 언제든 편하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게 확실히 장점이 맞긴 한 걸까.

‘이 제품은 언제든 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해서 시작한 것 중 내가 현재 열심히 하는 건 없다는 게 떠올랐다. 집에서 하는 운동 기구, 영어 공부 모두 언제든지 할 수 있기에 오히려 내가 그것을 다음 시간으로 미룰 수 있는 좋은 핑곗거리가 되곤 했다.

편한 게 다가 아니다. 하루 5분이든, 10분이든 제대로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야 신문을 진정으로 읽는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종이 신문은 다양한 정보를 생각하며 보는 힘이 필요했던 내게는 정답처럼 느껴졌다.

집에 들어가니 거실 TV 옆 아이들의 색연필 통이 보였다. 빨간색을 슬쩍 꺼냈다. 종이 신문을 제대로 보자. 이걸로 줄 치며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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