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미중 간 ‘관리된 경쟁’과 전략적 소통

경기일보 2024. 2.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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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호 한양대 국제문화대학 중국학과 학과장

최근 미중 두 강대국 관계를 가장 잘 표현한 용어는 전략경쟁(strategic competition)이다. 2017년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이후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미중은 경제통상과 군사안보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및 체제, 이데올로기 분야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경쟁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심화된 미중 전략경쟁은 2023년 2월 ‘정찰 풍선’ 사태로 인해 더욱 악화됐다.

하지만 2023년 5월 이후 미국과 중국의 상호 전략적 필요성으로 인해 전략경쟁 국면이 다소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6월부터 미국 국무장관과 재무장관 및 상무장관 등이 중국을 방문해 협력의 필요성을 타진했고 왕이 외교부장과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세 차례의 만남을 통해 협력의 범위와 어젠다를 조정했으며 11월 샌프란시코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관리된 경쟁(managed competition)’이라는 새로운 틀을 모색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처럼 미중은 ‘관리된 경쟁’이라는 새로운 틀을 모색함으로써 양국 간 경쟁이 대립이나 군사적 충돌로 비화되지 않도록 하고 국내 경제사회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양국은 전략적 소통 채널을 가동하고 다양한 워킹그룹을 활성화했다. 미중은 2023년 외교안보 영역에서 아태사무협의체(9월), 외교정책협의체(11월), 해양사무협의체(11월) 등을 신설했고 경제 영역에서는 경제워킹그룹(10월)과 금융워킹그룹(9월)을 신설·운영했으며 11월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군 소통 채널 복원에도 합의했다. 2024년 1월에는 마약퇴치협력워킹그룹이 출범했고 1분기에 양국 상무부 차관을 대표로 하는 통상·무역워킹그룹도 가동할 예정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볼 때 미중이 양국의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할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중 전략경쟁이 이미 장기화, 구조화 추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양국이 전략적 소통 채널을 가동해 오판을 방지하고 실무 차원의 워킹그룹을 활성화해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고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 2월 초 베이징에서 열린 경제워킹그룹 제3차회의에서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를, 미국은 중국의 산업정책 관행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개최될 통상무역워킹그룹에서는 미중 상호 간 첨단기술 수출 통제 및 상대국에 대한 시장·투자 확대 등과 관련된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

최근 국제질서의 구조 변화와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인해 한중관계가 경색 국면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조태열 신임 외교부 장관이 중국 외교부장 및 러시아 외교차관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고위급 소통을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중 간 기존의 전략적 소통 채널을 복원하고 협력 가능한 경제통상 분야에서 워킹그룹을 신설하는 등 한중관계의 새로운 전환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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