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잃고 멈춘 삶, 미술관서 다시 시작… 현대인에 사원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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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가을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를 그만두고,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으로 취직했다.
2008∼2018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으로 일한 경험을 담은 에세이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웅진지식하우스·사진)를 펴낸 미국 작가 패트릭 브링리(41)는 13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술관은 현대인들을 위한 사원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2018년 그는 미술관 경비원을 그만두고 현재는 뉴욕에서 도보 여행 가이드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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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으로 10년, 예술 통해 치유
“삶 죽음 아름다움 고통 다 있어
수천년전 예술가와 대화할 수도”
“미술관에서 우리는 아름답고, 가치 있는 예술품들과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위로하고,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겪었던 기쁨, 슬픔 등 온갖 경험이 어떤 식으로 작품에 반영됐는지 들여다볼 수 있죠.”
“사실 어떤 것이 한국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반응을 전해 듣고 기뻤어요.”
신간에서 경비원이 된 그는 매일 아침 개관 30분 전 배정받은 구역에서 그림을 홀로 바라보는 일상을 적어 내려갔다. 처음에는 별 감흥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탈리아 화가 베르나르도 다디(1290∼1355)의 회화를 지켜보며 처연함을 느꼈다. 미국 화가 메리 커샛(1845∼1926)의 그림을 보며 햇살에 닿는 듯한 따스함에 젖었다. 그는 “미술관은 아름답고, 신성하고, 세상이 얼마나 충만한지를 알려주는 예술품들로 가득 차 있다”며 “미술관을 거닐면 ‘우리가 겪는 고통이란 얼마나 작고 별것 아닌가’라는 깨달음을 얻는다”고 했다.
“미술관에는 삶과 죽음, 아름다움, 고통이 다 담겨 있어요. 예술품을 만든 수천 년 전의 예술가와 만나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죠.”
그는 사람을 통해서도 치유 받았다. 이민자, 농부, 택시운전사 등 다양한 출신의 미술관 경비원들은 모두 파란색 제복을 입고 동등하게 서로를 대했다. 그는 “동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과 대화하면서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었다”며 “형의 죽음 이후 조용했던 나는 점점 사람들과 다시 소통하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2018년 그는 미술관 경비원을 그만두고 현재는 뉴욕에서 도보 여행 가이드로 일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미술관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미술관을 올바르게 관람하는 방식은 없습니다. 미술관 큐레이터, 고대 이집트인, 르네상스 화가도 답을 몰라요. 그냥 사람들이 없는 아침에 미술관에 와서 조용히 작품을 바라보세요. 필요한 건 오로지 작품을 마주하고, 마음껏 해석할 용기입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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