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가를 만나면 팀이 이렇게 달라집니다

장민석 기자 2024. 2. 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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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쿠젠의 ‘두뇌’ 알론소 감독
레버쿠젠의 무패 행진을 이끄는 사비 알론소 감독. / 로이터 연합뉴스

사비 에르난데스(44·스페인)와 스티븐 제라드(44), 프랭크 램퍼드(46·이상 잉글랜드), 안드레아 피를로(45·이탈리아) 등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 미드필더들은 모두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좋은 선수가 좋은 감독이 되기는 어렵다’는 속설처럼 지휘봉을 잡고는 선수 시절 명성을 재현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사비는 바르셀로나 사령탑으로 2022-2023시즌 스페인 라 리가 우승을 일궜지만, 올 시즌 3위로 처지자 지난달 “지금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번 시즌을 끝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첼시와 에버턴(이상 잉글랜드)에서 잇달아 경질됐던 램퍼드는 현재 무직 상태이며, 애스턴 빌라(잉글랜드)에서 해고된 제라드는 알 에티파크 감독을 맡았지만 사우디 리그에서도 8위에 처져 있다. 피를로의 삼프도리아는 이탈리아 세리에B(2부)에서 하위권(15위)을 맴돈다.

이들과 달리 현역 시절 화려한 커리어를 이어가며 명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이도 있다.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선두(승점 55·17승4무)를 내달리는 바이엘 04 레버쿠젠 사령탑 사비 알론소(43·스페인)다.

알론소는 리버풀(잉글랜드)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스페인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2005·2014 UEFA 챔피언스리그와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 정상을 이끈 세계적인 미드필더. 후방에서 최전방에 한 번에 길게 찔러 넣는 일명 ‘대지를 가르는 패스’로 유명했다. 2017년 바이에른 뮌헨에서 은퇴한 그는 이듬해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레알 소시에다드 B(2군) 팀을 거쳐 2022년부터 레버쿠젠 지휘봉을 잡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지난 시즌 도중 부임해 1승2무5패로 17위에 처져 있던 팀을 6위(14승8무12패)로 끌어올리며 시즌을 마감한 알론소의 지도력은 이번 시즌 꽃을 피우고 있다.

분데스리가와 유로파 리그 등을 포함해 전반기 22승3무를 거두며 독일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시즌 첫 25경기에서 지지 않았다. 13일 현재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프랑스)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팀은 레버쿠젠이 유일하다.

알론소의 탁월한 전술적 역량이 무패 행진의 비결로 꼽힌다. 알론소는 올 시즌 중앙 수비수 3명 앞에 미드필더 4명을 배치해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한 뒤 공격적인 좌우 윙백과 최전방 공격수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공격을 전개하고 있다.

이 전술에 힘입어 레버쿠젠 왼쪽 윙백 알레한드로 그리말도(29·스페인)가 올 시즌 리그 8골 8도움, 오른쪽 윙백 제레미 프림퐁(24·네덜란드)이 6골 6도움을 기록 중이다. 전방에선 선수들이 쉴 새 없이 자리를 바꾸며 상대 수비를 혼란에 빠뜨린다.

지난 11일 레버쿠젠은 분데스리가 12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2위 바이에른 뮌헨(승점 50)을 3대0으로 대파하며 승점 차를 5점으로 벌렸다. 이날도 요시프 스타니시치(24·크로아티아)와 그리말도, 프림퐁 등 3골이 모두 윙백 포지션에서 나왔다.

알론소 감독은 “정교한 조직력으로 상대를 강렬하게 몰아붙여 경기를 지배해야 한다”며 “매 경기 선수들에게 어떻게 움직일지 명확한 지침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론소가 분데스리가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리버풀과 바르셀로나 등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알론소의 친정팀 리버풀은 10년간 팀을 이끈 명장 위르겐 클로프(57·독일) 감독이 올 시즌을 마치고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상황. 작년 8월 레버쿠젠과 2026년까지 재계약한 알론소는 “지금 이곳에서 행복하다”며 일단 선을 그었지만, 리버풀의 구애는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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