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2.1초[이정향의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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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심야에 TV 채널을 돌리다가 미국 대학 농구 8강전을 보게 됐다.
못 알아듣는 영어 방송인데도 본 이유는 듀크대 감독의 외모가 내 취향이어서였다.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스타들로 짠 드림팀이었기에 온 세계가 경악했다.
미국은 팀을 재정비하여 '리딤(만회)팀'을 만들었고, 듀크대의 시셰프스키에게 감독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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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의 그날, 듀크대는 2.1초 안에 한 골을 더 넣어 1점 차로 승리한다. 내 눈을 의심했다. 반대편 골대 옆에서 길게 던진 공을 4학년인 크리스천 레이트너가 점프로 받아내서는 한번 튀기고 골대로 던졌다. 공이 그의 손을 떠나자마자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신호음이 길게 울렸다.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로 들어가는 공을 축하하는 음악 같았다. 이때 깨달았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3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지금까지 이 장면의 덕을 수없이 봤다. 지쳐서 그만두고 싶을 때,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여길 때마다 시셰프스키 명장이 알뜰히 써먹은 2.1초를 떠올리며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쥐어짰고, 그 결과 언제나 그에게 감사했다.
시셰프스키는 듀크대 농구팀을 42년간 이끌다가 2년 전, 75세로 은퇴했다. NBA의 천문학적인 연봉을 마다하고 평생을 대학 농구에 바친 그가 말한다. 승리의 눈물도 좋지만 다 같이 흘리는 패배의 눈물도 값지다고. 2.1초 안에 역전 골을 성공시킨 레이트너는 신입생일 때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자유투에서 실수를 범해 패한 적이 있다. 종료 직후 선배들이 그에게 달려가 따뜻하게 다독였다. 이때 원망과 비난을 받았다면 3년 뒤, 지금도 명장면으로 회자되는 그 슛을 성공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 시셰프스키가 옳았다. 역시 팀워크다.
이정향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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