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훼손 말라” 청원[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334〉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리는 이따금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빈다.
그것이 아무리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것이라 해도 달은 여전히 신비의 대상이다.
그러나 계수나무와 떡방아를 찧는 토끼가 없다고 해서, 달의 신비와 아우라가 사라지거나 걷히는 건 아니다.
아직도 우리는 '반달'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는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사의 민간 우주 탐사 일환으로 무인 착륙선 페레그린을 쏘아 올리는 계획이 알려졌다. 문제는 인간의 유골과 유전자(DNA)가 담긴 66개의 캡슐을 싣고 가서 놓고 오겠다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공상과학소설의 거장 아서 클라크의 유골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바호 인디언들은 신성한 달을 인간의 묘지로 삼겠다는 발상에 아연실색했다. 그랜드캐니언은 그토록 아끼면서도 신성한 달은 그렇게 모욕하려 들다니. 그렇다고 그들이 달을 탐사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수천 년에 걸친 경배의 대상인 달을 훼손하지 말라고 애원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인디언들이 들고일어나 백악관에 청원까지 했어도 탐사선은 예정대로 발사되었다. 그들에게는 큰 상처였다.
계획대로 되었더라면 그것은 1972년 이후로 달에 착륙한 첫 미국 탐사선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술적인 이유로 달에 착륙하지 못하고 다시 지구의 대기권으로 돌아와 태평양 상공에서 자체 폭발해 어딘가로 사라졌다. 66명의 유골과 DNA가 담긴 캡슐들도 사라졌다. 태평양 어딘가가 그들의 묘지가 되었다. 달을 인간의 묘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나바호 인디언들의 바람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달이 신성하다는 생각은 과학적으로 맞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계수나무와 떡방아를 찧는 토끼가 없다고 해서, 달의 신비와 아우라가 사라지거나 걷히는 건 아니다. 아직도 우리는 ‘반달’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는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빈다. 그게 신화다. 신화가 사라지면 달을 인간의 묘지로 삼겠다는 상업적 발상과 차가운 과학만 남는다. 신화가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현역-용산출신이 벌써 싸워”… 흑색선전까지 판치는 김천·구미을[총선 LIVE]
- 친명-친문 싸움터 된 부평을·상록갑… 민주당 지지자도 혀를 찼다[총선 LIVE]
- 69일만에 부산 찾은 尹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제정”
- 김종민 “개혁신당, 30석 이상 확보와 양당 과반 실패가 목표”[중립기어 라이브]
- EU,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조건부 승인
- ‘로비스트’ 김인섭 1심 징역 5년…백현동 의혹 첫 판결
- 보이스피싱 탐지력 테스트 : 미끼 문자를 찾아라!
- 기름진 음식이나 야식을 주 3회 이상 먹는다
- ‘찐명’ 조상호, 임종석에 “중-성동갑, 영입인재에 양보해야” 공개 촉구
- ‘2심도 유죄’ 조국, 부산서 신당 창당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