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태양도 아니었다…타이거즈의 선택은 ‘호랑이’

김은진 기자 2024. 2. 1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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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새 감독에 이범호…내부 발탁으로 ‘안정성’에 중점

KIA가 이범호 타격코치(43·사진)를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프로야구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이 탄생했다.

KIA는 13일 이범호 타격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29일 김종국 전 감독을 해임한 지 보름 만이다. 초기엔 외부 영입 가능성이 높았으나 내부 승격으로 선회했다.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던 이 코치가 그대로 사령탑으로 승격, 지휘봉을 잡고 팀을 이끌게 됐다.

계약기간은 2년이다. 계약금과 연봉 3억원씩, 총 9억원에 계약했다. ‘2년’은 최소한의 성과와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간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신임 감독은 한화 출신이지만 KIA에서 더 오래 유니폼을 입고 있다. 2011년 이적한 뒤로 계속 타이거즈 소속이다. 은퇴 후 구단의 권유로 미국 지도자 연수를 다녀왔고 2군 감독까지 거쳤다. 1군 타격코치로서 빼어난 타격 성적을 이끌자 시즌 뒤에는 여러 팀에서 영입 제의도 받았지만 KIA에 남았다. 언젠가는 지휘봉을 잡게 될 잠재적인 후보로 꼽혔으나 갑자기 감독직이 공석이 되면서 KIA에서 바로 지휘봉을 잡았다. 1981년생으로 프로야구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이다.

이범호 KIA 신임감독이 13일 호주 캔버라의 스프링캠프에서 구단의 감독 선임 발표 뒤 선수단과 인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지난달 말 불미스러운 일로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 사령탑을 해임하게 된 KIA는 여러 가지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감독 선임 작업을 해왔다. 창단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동시에 우승권으로까지 평가받는 올 시즌 기회도 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초반에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지도자를 찾고자 했다. 여론의 분위기가 외부 영입을 전망하는 쪽으로 쏠린 이유다.

현재 소속이 없는 거물 야구인들이 전부 거론됐다. 특히 감독 공석 사태가 벌어지자마자 타이거즈 출신인 이종범 전 LG 코치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왔고, 이후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도 계속 언급됐다.

비상시국인 KIA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을 정도로 네임 파워가 강한 인물들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KIA는 8명을 뽑은 1차 후보군에 우승을 경험한 유명 감독들부터 톱스타인 프랜차이즈 스타까지 올려놓고 고민했다. 최종으로 추렸던 후보 4명 안에도 우승 경력의 전 감독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KIA는 지난 9일 내부 영입으로 결론 내렸다. 현재 KIA는 시즌 준비를 위해 이미 짜인 팀이다. 구단은 선수단과 시즌 안정성을 위해 이 틀을 깨고 싶지 않았고 외부에서 영입할 경우 이에 맞출 수 있는 감독을 찾기는 결국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그야말로 성적을 내야 하는 시즌이라 초보 감독은 배제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었으나, KIA는 이미 선수를 파악하고 있고 선수들이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범호를 선택했다.

이에 지난 10일 후보 중 유일하게 이 코치와 화상 면접을 치렀고 12일 최종 결정, 13일 오전 그룹 재가를 완료한 뒤 공식 발표했다.

심재학 KIA 단장은 “개막까지 40여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새 감독을 맞춤복에 끼워넣는다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성적을 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미 선수단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이범호 감독을 선임했다”며 “면접 내용이 아주 좋았다. 자신이 무슨 야구를 펼치겠다고 하는 게 아닌 ‘선수들을 돕겠다’는 표현, 올 시즌 상황과 KIA 감독으로서의 압박감에 대한 대담한 자세, 타 팀 영입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남은 로열티도 분명히 가산점이 됐다”고 밝혔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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