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태양도 아니었다…타이거즈의 선택은 ‘호랑이’
KIA가 이범호 타격코치(43·사진)를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프로야구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이 탄생했다.
KIA는 13일 이범호 타격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29일 김종국 전 감독을 해임한 지 보름 만이다. 초기엔 외부 영입 가능성이 높았으나 내부 승격으로 선회했다.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던 이 코치가 그대로 사령탑으로 승격, 지휘봉을 잡고 팀을 이끌게 됐다.
계약기간은 2년이다. 계약금과 연봉 3억원씩, 총 9억원에 계약했다. ‘2년’은 최소한의 성과와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간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신임 감독은 한화 출신이지만 KIA에서 더 오래 유니폼을 입고 있다. 2011년 이적한 뒤로 계속 타이거즈 소속이다. 은퇴 후 구단의 권유로 미국 지도자 연수를 다녀왔고 2군 감독까지 거쳤다. 1군 타격코치로서 빼어난 타격 성적을 이끌자 시즌 뒤에는 여러 팀에서 영입 제의도 받았지만 KIA에 남았다. 언젠가는 지휘봉을 잡게 될 잠재적인 후보로 꼽혔으나 갑자기 감독직이 공석이 되면서 KIA에서 바로 지휘봉을 잡았다. 1981년생으로 프로야구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이다.
지난달 말 불미스러운 일로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 사령탑을 해임하게 된 KIA는 여러 가지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감독 선임 작업을 해왔다. 창단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동시에 우승권으로까지 평가받는 올 시즌 기회도 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초반에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지도자를 찾고자 했다. 여론의 분위기가 외부 영입을 전망하는 쪽으로 쏠린 이유다.
현재 소속이 없는 거물 야구인들이 전부 거론됐다. 특히 감독 공석 사태가 벌어지자마자 타이거즈 출신인 이종범 전 LG 코치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왔고, 이후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도 계속 언급됐다.
비상시국인 KIA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을 정도로 네임 파워가 강한 인물들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KIA는 8명을 뽑은 1차 후보군에 우승을 경험한 유명 감독들부터 톱스타인 프랜차이즈 스타까지 올려놓고 고민했다. 최종으로 추렸던 후보 4명 안에도 우승 경력의 전 감독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KIA는 지난 9일 내부 영입으로 결론 내렸다. 현재 KIA는 시즌 준비를 위해 이미 짜인 팀이다. 구단은 선수단과 시즌 안정성을 위해 이 틀을 깨고 싶지 않았고 외부에서 영입할 경우 이에 맞출 수 있는 감독을 찾기는 결국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그야말로 성적을 내야 하는 시즌이라 초보 감독은 배제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었으나, KIA는 이미 선수를 파악하고 있고 선수들이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범호를 선택했다.
이에 지난 10일 후보 중 유일하게 이 코치와 화상 면접을 치렀고 12일 최종 결정, 13일 오전 그룹 재가를 완료한 뒤 공식 발표했다.
심재학 KIA 단장은 “개막까지 40여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새 감독을 맞춤복에 끼워넣는다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성적을 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미 선수단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이범호 감독을 선임했다”며 “면접 내용이 아주 좋았다. 자신이 무슨 야구를 펼치겠다고 하는 게 아닌 ‘선수들을 돕겠다’는 표현, 올 시즌 상황과 KIA 감독으로서의 압박감에 대한 대담한 자세, 타 팀 영입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남은 로열티도 분명히 가산점이 됐다”고 밝혔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갤럽]윤 대통령 지지율 22%···김건희 여사 문제 부정 평가 급등
- “윤 대통령 유일한 선택지는 하야”…민주당 지도부서 공개 발언
- “박지윤, 정서적 바람”vs “최동석, 의처증” 파국의 이혼 전말 공개
- 법원 “‘2인 방통위’의 MBC PD수첩 과징금 부과는 위법”
- 대법원, ‘김학의 수사팀 직무유기 불기소’ 재정신청 최종 기각
- 신와르 제거한 네타냐후 ‘기세등등’ “하마스 더는 통치 못 해…전쟁은 계속”
- 블랙핑크 로제, 브루노 마스와 듀엣곡 ‘아파트’ 발표
- 전남 여수 야산서 50대 경찰관 숨진 채 발견
- 트럼프, 러 침공에 “우크라이나 책임”···속 타는 젤렌스키, 외교전 사활
- 입 속 세균이 혈액에서도? 치주질환 악화되면 당뇨·치매 위험 높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