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EU 승인···미국만 남았다

정유미 기자 2024. 2. 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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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EU로부터 조건부 승인…미 승인 남아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4개 중복노선 넘기기로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을 매각하기로 발표한 지난해 11월2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 있는 아시아나 여객기 앞으로 대한항공 여객기가 날아오르고 있다. 문재원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출범이 마침내 유럽연합(EU)의 벽을 간신히 넘었다. 최종 합병까지 까다로운 미국의 심사만 남아 있지만, 일단 큰 고비인 EU의 허들을 넘어선 만큼 통합 항공사 출범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다만, 승인 전제조건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은 물론 미주노선의 독과점 해소,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정리, 중복인력 조정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찮다.

EU 경쟁당국은 13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와의 통합을 위해 2021년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에 신고한 뒤 미국을 뺀 13개국의 승인을 마쳤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EU 측은 인천~파리,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노선 등 대한항공이 보유한 14개 유럽 노선 중 4개 노선을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인 티웨이 측에 넘기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도 매각을 전제조건으로 양사 결합을 승인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사업부문 분리매각을 위한 입찰 및 매수자 선정 등의 이행 조치를 마쳐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화물사업 매수인에 대한 EU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친 뒤 실제 분리매각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유럽 여객노선의 신규 항공사로 지정된 티웨이항공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고, 4개 중복노선을 타사에 넘겨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시정 조치안을 EU에 제출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진통 끝에 EU는 넘어섰지만 또 다른 고비인 미국이라는 산이 남아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미국 경쟁당국의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6월 말에는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EU보다 더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아시아나가 속한 항공동맹 ‘스타얼라이언스’의 파트너인 유나이티드항공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노선 운항 수에서 대한항공이 속한 항공동맹 ‘스카이팀’에 크게 밀린다는 이유에서다.

또 대한항공·아시아나의 미주 13개 노선 중 5개(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뉴욕·LA·시애틀)에서 독과점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 따르면 미주 5개 노선에서 양사의 합산점유율은 80%에서 최대 100%까지 올라간다. 이는 국내 LCC인 에어프레미아가 진입하기 이전 기준이지만, 한·미노선을 공동운영하는 대한항공-델타항공 조인트벤처와 아시아나항공의 합산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이 때문에 미국 법무부가 반독점 소송이라도 제기하면 EU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난관을 만날 수 있다. 미 법무부는 자국 LCC인 제트블루와 경쟁사 스피릿항공의 인수·합병을 불허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며 기업결합을 무산시킨 전례가 있다. 경쟁이 줄고, 항공료 인상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은 화물부문은 타 경쟁당국과 마찬가지로 아시아나 화물사업 분리 매각으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특히 논란의 5개 여객노선은 에어프리미아가 아시아나가 운항 중인 LA, 뉴욕, 하와이 노선에 진입한 데 이어 다른 2개도 들어올 예정인 만큼 문제 없다는 판단이다.

결국 미국의 승인을 받아낸다고 해도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은 인수 후보 찾기가 간단찮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해 화물사업부 매각작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매각가는 5000억~7000억원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LCC에 화물기 운영 인력과 정비 인프라를 함께 넘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두 회사의 인력과 장비 결합 등도 숙제거리다. 특히 아시아나항공노조의 반발이 심한 만큼 최소 2~3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 LCC 출범 문제도 남아 있다. 대한항공은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합할 방침이다. 결과적으로 한진칼(지주사)→통합 대한항공(자회사)→통합 LCC(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목표로 한다.

한편, 미국 승인까지 받을 경우 통합 대한항공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세계 항공운송 통계’(WATS)의 지표로 볼 때 여객 기준 약 세계 10위 수준으로 커진다.

2019년 유상여객킬로미터(RPK·항공편 당 유상승객 수에 ㎞로 표시한 비행거리를 곱한 것) 기준 순위에서 대한항공은 28위(830억㎞), 아시아나항공은 42위(469억㎞)였다. 두 회사를 단순 합산하면 1299억㎞로, 15위인 남미 최대 항공사 라탐항공(1220억㎞)을 넘는다. 국제선 여객 RPK 기준으로는 10위인 아메리칸항공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화물톤킬로미터(CTK·유상화물 운송 중량에 비행구간 거리를 곱한 것) 기준 대한항공은 6위(74억1200만㎞), 아시아나항공은 25위(35억6700만㎞)였다. 운송 화물 무게로는 대한항공이 7위(143만5000t), 아시아나항공이 15위(88만1000t)였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하더라도 ‘통합 대한항공’이 화물 부문에서 글로벌 10위 이내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지난해 기준 양사의 매출을 합하면 20조원대 중반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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