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화학자 가문' 일군 장지영 선생 장남…장세헌 교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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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국어학자 장지영(張志英·1887∼1976) 선생의 장남이면서 3대에 걸친 화학자 가문을 일군 장세헌(張世憲) 서울대 화학부 명예교수가 13일 오전 10시30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만 100세.

1923년 12월18일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6년 경성제국대학 화학과를 졸업하자마자 모교 강단에 섰다. 같은해 경성제대가 서울대로 통합되자 1947년 전임강사, 1954년 조교수, 1956년 부교수를 거쳐 1961∼1989년 서울대 화학과(화학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은사인 한국 화학계 '태두' 이태규(1902∼1992) 박사가 교수로 있던 미국 유타대 대학원에서 1960년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1960∼1961년 1대 서울대 화학과 학과장을 지냈다. 김시중(1932∼2017) 전 과학기술처 장관 등 수많은 화학계 제자를 길러냈다.

1980∼1982년 제18대 대한화학회장을 역임했고 1981년부터 대한민국 학술원 자연 제1분과 회원이 됐고,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이었다.

고인의 연구 분야는 물리화학 중에서도 액체구조이론과 계면화학이었다. 유타대 유학 시절 분자의 기본 성질로부터 액체의 표면장력을 통계열역학적으로 계산해 내는 이론 연구를 했고, 귀국 후에는 직접 미량천칭(microbalance)을 개량해가며 각종 실험에 열중했다. 1960년 녹조소성훈장(녹조근정훈장), 1972년 국민훈장 동백장, 1989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했고, 1971년 과학의 날에 철 부식 억제 방법 연구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1989년 성곡 학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일반화학'(1955), '일반화학실험서'(1964), '화학열역학'(1968), '물리화학'(1974) 등이 있다.

동생 장세희(1927∼1997)씨도 서울대 화학과 교수였고, 고인의 장남은 장직현(張直鉉) 서강대 컴퓨터학부 명예교수, 차남은 장태현(張台鉉) 포항공대 화학과 명예교수이다. 장태현 교수의 아들 장완수씨가 화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LG에너지솔루션에서 연구하고 있어 '3대 화학자 가문'을 이뤘다.

유족은 2남2녀로 장백경·장직현·장태현·장숙경씨와 며느리 이행우·김신조씨, 사위 김원곤씨 등이 있다. 빈소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10호실(14일 오전 11시부터 22호실), 발인 15일 오전 11시, 장지 용인공원. ☎ 02-30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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