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국제 R&D 예산 급증···혁신벤처 정부지원 늘려야”

고광본 선임기자 2024. 2. 13. 17: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라잔 필레이 드래즈캐피탈 CEO 인터뷰
벤처·스타트업 2년여 투자가뭄 위기
AI·바이오헬스 등 어려운 문제 풀고
‘차별화·글로벌화’ 선도자 돼야 생존
“관료주의 탈피·위험감수 생태계 필요”
라잔 필레이 미국 드래즈캐피털 CEO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고광본 선임기자
[서울경제]

“한국 정부가 올해 국제 연구개발(R&D) 예산을 크게 늘리기로 했는데, 어려운 문제를 혁신적으로 풀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에 신경을 많이 썼으면 합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바이오헬스 등 혁신 창업 생태계를 갖춰야 미래 성장 동력을 확충할 수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들이 참여한 벤처캐피털(VC)인 드래즈캐피털의 라잔 필레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년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이 힘든 시기였다. 바이오 업체를 비롯해 많은 곳이 시장 유동성이 부족해 문을 닫았다”며 “지금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고 해도 사업 모델이 완전히 차별화되고 해외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벤처·스타트업이 산업·의료·생활 등의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줘야 세계시장에서 퍼스트무버(선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경제학자로 펩시 수석부사장 출신인 그는 2017년 바이오헬스의 메카인 보스턴에서 하버드대 의대 교수이자 매사추세츠병원 부원장으로 알츠하이머 유전자를 발견한 루돌프 탄지 등과 함께 VC를 공동 창업했다. 그동안 법·데이터·사업·과학기술 전문가들과 함께 전략적으로 투자회사를 지원하며 때로는 경영진이나 자문위원으로 참여해왔다. 그는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할 때는 혁신 기술과 시장 환경뿐 아니라 기업가의 리더십을 본다”며 “투자를 결정하면 세계시장에서 커나갈 수 있게 적극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투자한 벤처·스타트업에는 경험과 지식을 제공하고 사업 모델 고도화를 지원하며 협력처를 소개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VC 문화와는 완연한 차이가 있다.

드래즈캐피털은 현재 미국·유럽·아시아·남미 등 벤처·스타트업 수십 개사에 투자 중인데 최소 50만 달러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최대 3000만 달러까지 투자한다. 루게릭병(ALS) 신약 개발 벤처 등 이미 여러 곳이 나스닥에 상장했고 여러 업체의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그는 “투자 전에 많은 비용을 들여 실사를 철저히 하고 투자를 결정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파트너가 된다”며 “신경 퇴행 질환 치료, 장기 재생 플랫폼, 지속 가능한 식품과 에너지 분야 등에서 우수한 기술과 리더십으로 문제를 풀고 있는 곳들을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당연히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지만 2~3년 전보다는 더 신중하게 선별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필레이 CEO는 한국 정부가 올해 국제 R&D 예산을 지난해보다 3.5배 증가한 1조 8500억 원으로 책정한 점에 주목하며 한국의 혁신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확대를 역설했다. 바이오헬스 등 벤처·스타트업은 2년 전부터 투자 가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올해 정부의 R&D 예산 삭감(14.7%)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힘든 시기를 통과한 한국의 벤처·스타트업 중에서는 과학기술 고도화와 혁신 의지를 바탕으로 충분히 세계시장에서 통할 곳이 많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우선 한국의 AI·디지털 바이오 회사를 살펴보니 정부가 혁신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지속한다면 글로벌 첨단 바이오 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선도자로서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신생 기업)이 될 만한 곳도 눈에 띄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AI 장기 재생 플랫폼을 구축한 로킷헬스케어를 예로 들며 세계시장에서 통할 기술과 리더십으로 선도자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했다. 지난해 12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이 회사는 당뇨발, 골관절염, 만성 콩팥병 치료를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CE 승인을 받고 올해 50여 개국으로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설 방침이다.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AI로 아픈 부위를 찍은 뒤 환자의 체내 성분을 추출해 바이오프린팅을 통해 패치 형태로 바로 붙여 효과를 보는 게 특징이다.

이날 국가정책과 기업경영의 ‘패러다임 전환’을 수차례 강조한 필레이 CEO는 “한국에서 전통산업과 재벌 기업군을 보면 혁신이 부족하고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관료주의에서 벗어나고 과학기술계와 기업은 위험을 감수해야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AI, 첨단 바이오 등 전략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혁신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