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대신 기업…서울 오피스시장 `쩐주`가 바뀐다

이윤희 2024. 2. 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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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 투자 비중 10% 줄어
빌딩 인수·전략적투자자 참여 ↑
연합뉴스

서울 오피스 거래시장에서 유동성이 고갈된 기관투자자들이 물러나고 자금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주요 투자자로 부상하고 있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임대료를 절약하고 코로나 재택근무를 끝낸 직원들의 업무거점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사옥 마련에 여념이 없어서다.

13일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기업 CBRE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대형 오피스(100억원 이상) 거래금액은 전년 대비 30% 줄어든 7조7000억원이었다.

매매 거래 중 기업의 투자 비중(금액 기준)은 지난 2022년 24%에서 지난해 41%로 크게 늘었다. 반면 기관투자자의 투자 비중은 같은 기간 51%에서 41%로 줄었다.

최수혜 CBRE코리아 리서치 이사는 "과거 수년간 연기금, 공제회 등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했던 블라인드펀드가 서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주요 자금원이었지만, 최근 이들의 투자 여력이 줄어든 가운데 그 공백을 자금력을 확보한 기업이 대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직접 오피스 빌딩을 인수하거나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는 일이 늘어났다. '패션 공룡'으로 불리는 패션 기업 F&F는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포인트 강남 건물을 사옥으로 활용하기 위해 마스턴투자운용으로부터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 건물의 매입가는 3436억2216만원, 평(3.3㎡)당 약 4200만원이다. 세금과 수수료 등 취득부대비용을 포함하지 않은 이 인수금액은 F&F 자산총액 대비 21.88%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상 14층, 지하 6층 규모로 연면적 2만7024㎡의 오피스 건물은 오는 8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F&F가 올해 12월 31일 잔금 납부가 완료되면 딜클로징(거래종결)이 된다. 앞서 F&F는 서초구 마제스타시티 타워1의 인수를 검토했지만, 기존 임차 계약 문제로 인수를 철회한 바 있다.당시 인수가로 거론되던 금액은 5000억원에 달했다.

신협중앙회는 지난해 8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DWS자산운용(옛 도이치자산운용)이 보유했던 서울 종로구 청진동 타워8 빌딩을 5490억원에 인수했다. 신협중앙회는 주요 투자자로서 2000억원을 투입한앵커투자자(핵심투자자)로 참여했다. 오피스 담보 대출에는 삼성화재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회사 크래프톤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메가박스 본사 건물인 메가박스 스퀘어를 작년 12월 5일 2435억원에 매입했다. 수인분당선 서울숲역에서 걸어서 4분 거리인 이 건물은 지하 5층~지상 8층, 연면적 2만4388.35㎡ 규모로, 평(3.3㎡)당 매각가는 2억4000만원이다. 성수동에서 거래된 건 가운데 역대 최고가 수준이다. 크래프톤은 성수동 건물들을 적극적으로 매입해왔다. 크래프톤은 사옥으로 쓰일 메가박스 스퀘어까지 성수동에만 총 7곳의 부동산을 보유하게 됐다.

옛 삼성생명 대치2빌딩 T412는 국내 침구업체 알레르망의 사옥이 될 예정이다. 작년 말 있었던 매각 입찰에만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10곳 넘게 도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옥 마련에 대한 의지가 컸던 알레르망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면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넥슨과 현대차도 사옥 용도로 각각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오토웨이타워 건물 지분 50%와 강남구 역삼동 스케일타워 지분 50%를 매입했다.

서울 오피스 시장에 사옥 매입 목적을 지닌 SI의 투자는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심혜원 JLL코리아 리서치팀장은 "올해도 유동성 부족으로 SI와 협업해 투자하려는 운용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 연준( Fed)이 금리 인하를 시사하며 대출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신규 투자보다는 기보유중인 자산에 대한 안정적인 운용관리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오피스, 특히 여의도·종로·강남 등 3대 권역의 'A급' 빌딩들의 임대 시장은 여전히 견고한 흐름을 보이는 만큼, 다른 상업용 부동산 대비 오피스의 가격 조정의 폭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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