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막말 퍼부을 땐 언제고···밀레이, 교황 직접 만나서는 ‘깍듯’
바티칸에서 1시간 이상 면담 후
“긍정적 유대 관계 구축의 시작”
전날 미사 때도 포옹
취임 후 첫 공식 해외 순방에 나선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과거 교황에게 막말을 퍼부었으나 이날은 깍듯이 예우했다.
아르헨티나 매체 라나시온 등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약 1시간 동안 면담했다. 이날 만남에는 밀레이 대통령의 동생이자 비서실장인 카리나를 비롯해 디아나 몬디노 외교부 장관 등이 배석했다.
밀레이 대통령과 교황의 만남은 이번 해외 순방 일정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았다. 밀레이 대통령은 과거 자국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향해 오랫동안 ‘악마’ ‘X자식’ ‘똥덩어리’ 등 입에 담기 어려운 모욕적 언사를 쏟아낸 바 있다. 다만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는 가톨릭 신자들을 의식해 태도가 달라졌다.
이날 만남은 1시간 이상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교황과 아르헨티나 전임 대통령들과의 만남 때보다 훨씬 긴 시간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교황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쿠키와 엽서 등을 교황에게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후 밀레이 대통령은 교황에 대한 태도 변화와 관련해 “교황은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고 전 세계 가톨릭의 지도자”라면서 “나는 몇 가지 입장을 재고해야 했고, 우리는 긍정적인 유대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 밀레이 대통령은 교황에게 조국 아르헨티나 방문을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은 2013년 즉위 후 고국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교황은 올해 하반기 아르헨티나를 방문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전 교황청은 과거 밀레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교황은 모든 사람에게 애정이 많기 때문에 그가 누구에게도 적개심을 갖는다고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대주교는 “교황은 밀레이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날 만남 후 교황청은 밀레이 대통령의 과거 막말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공개된 사진과 주고받은 선물 등을 통해 간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인포바에는 “이 모든 상징적 메시지에서 교황은 이념적 차이를 넘어 밀레이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향한 모욕적 말에 대해 용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는 대통령의 사과 때문이 아니라 교황의 동지애 때문”이라고 전했다.
라나시온 역시 이번 회동을 두고 “새로운 대화 단계의 시작을 알렸다”며 “밀레이의 행동은 과거 그의 발언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후회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전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도 교황에게 먼저 다가가 포옹하며 입맞춤을 해도 되냐고 물었다. 이에 교황은 “그렇다”며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277713?type=journalists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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