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희 "20대때 건강 해치며 일해… 건강한 몸과 마음이 먼저"[인터뷰]
"작품 선택 일관된 원칙? 앙상블 빛나는 작품이 좋아"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드라마 공개 초기 호불호 반응이나 독립군 관련 비판적 반응 들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저는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어요. 그 시대 사람들이 겪은 사랑과 우정, 배반, 화해, 전우애 등 다양한 감정을 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의 여주인공 윤채옥 역을 연기한 배우 한소희가 지난달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경성크리처' 시즌1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당하고 일에 있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10~20대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로 꼽히는 한소희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주위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솔직담백한 답변들을 쏟아내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한소희는 '경성크리처' 시즌1의 파트1, 2부가 방영된 이후 시청자들의 호불호 반응에 대해 "최근 1위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1위를 했다고 해서 모두 좋아해주시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저희들은 촬영에 진심으로 임했어도 호불호 반응이 있는 것을 봤을 때 또 독립군 비하라는 의견들이 나올 때 인정해 버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소희는 "태상과 채옥의 열애가 급전개됐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제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면서 살짝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게 저는 꼭 로맨스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찍었다. 그 안에 사랑도 있고 우정과 배반도 있고 화해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태상과 채옥의 감정 선에 사랑도 있지만 전우애가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스타에 그런 표현을 했다. 나월댁의 인생도, 권준택과 갑평아재의 인생도 담겼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인생도 열심히 봐주시길 바라는 뜻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성크리처'는 1945년 봄 경성의 한 병원에서 일본군들이 조선인을 대상으로 한 생체 실험을 통해 괴물을 만들어내고, 경성 제일의 전당포 주인 장태상(박서준)과 실종된 사람을 찾는 토두꾼 윤채옥(한소희)을 비롯한 인물들이 그 시대를 뜨겁고 아프게 살아내는 스토리를 그렸다.
한소희는 채옥의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연기를 해나간 과정에 대해 "1945년 봄이라는 시대적 배경 때문에 역사적 자료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역사적 사실의 기반을 알고 준비하기는 했지만 어떤 자료를 제가 직접 찾아보고 뒤져보고 하지는 않았다. 채옥의 대사 중 '만주에서도 똑같은 생체 실험을 하고 있었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채옥은 이 행태를 직접 몸으로 맞닥뜨리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또한 시청자들의 눈이 되는 캐릭터였기에 논픽션과 픽션이 섞여 있는 우리 드라마의 성격상 채옥이라는 인물에 맞춰서 준비를 했다. 잃어버린 엄마를 찾기 위해 자기 인생을 버려가며 살아가는 채옥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한소희가 연기한 윤채옥은 만주에서 경성으로 온 토두꾼 실종된 어머니를 찾기 위해 아버지와 토두꾼이 되었고 10년 동안 어머니를 찾아다닌 인물이다. 어머니가 있는 곳의 단서를 찾던 중 경성 제1의 정보통 태상과 맞닥뜨리고 서로가 찾는 것을 알아봐 주기로 거래를 한다. 날렵한 움직임과 싸움 실력을 가진 인물이고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이다. 인물 설명에도 담겨있듯 실종된 어머니와 재회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캐릭터다.

"촬영 중 가장 힘들고 고민됐던 지점은 초록색 크로마키 촬영이었어요. 처음 해보는 것이기에 초록색 작대기로 초점을 맞춰 주시면서 엄마라고 하더라고요. 레퍼런스로 영상을 보기는 했지만 엄마와 처음 마주하는 장면은 상상력으로만 그려야 했기에 쉽지는 않았어요. 사람과 사람이 눈을 마주보며 연기할 때 생기는 에너지가 있는데 이 장면에서는 그럴 수 없었죠. 상상으로 '어머니 맞아? 진짜 어머니야'라는 대사를 하는데 울지 못하겠더라고요. 감독님께 크리처가 된 엄마가 어떤 형태인지 물었죠. 고문을 많이 당했고 팔과 다리에 상처가 있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10년 만에 엄마를 만났는데 사람의 형상이 아니고 심지어 다쳐 있기까지 해요. 그러면 '도대체 누가 엄마를 이렇게 만든 거야'라는 말이 나올 것 같았어요. 상처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나오더라고요. 이 장면을 촬영할 때 가장 힘들었어요."
한소희는 '경성크리처' 공개 이후 자신의 SNS에 안중근 의사의 사진과 드라마 스틸컷 여러 장을 올렸다가 일부 일본 누리꾼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해당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한소희는 자신의 정확한 의견과 일본 팬들과 소통한 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처음 700억 예산이 알려지고 제목에 크리처라는 단어가 들어가면서 저희가 담으려고 했던 메시지에 대한 것과는 좀 다른 반응들이 올라왔어요. 다양한 반응들은 존중하지만 저희가 700억짜리 크리처를 보여드리고 했던 것은 아니었고 어떤 초점을 잡아드리려 제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죠. 하루는 좀 심란한 마음에 혼자 차를 끌고 안성목장이라는 곳에 가다가 안중근 의사 사진을 발견하게 됐어요. 포스팅하던 중에 그 사진을 올리게 됐죠. 태상이나 채옥이 사진과 함께요. 제 SNS에 일본어 악플이 많이 달렸다는데 일본어를 잘 몰라서 몰랐어요. 하지만 어떤 일본 팬분이 용기를 내서 한글로 댓글을 다셨더라고요. 너무 슬프지만 용기내보겠다고요. 그래서 저 또한 슬프지만 이 내용이 사실이고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고 답을 했죠. 이후에 일본분들의 디엠도 많이 받았어요. 인신공격이 미안했고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고 응원하는 글들을요."

피팅 모델로 활약하다가 지난 2017년 SBS '다시 만난 세계'로 배우 데뷔를 한 한소희는 MBC '돈꽃'(2017~2018) tvN '백일의 낭군님'(2018)을 거쳐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를 통해 신드롬적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후 JTBC '알고 있지만'으로 워너비 스타로 자리를 굳혔고 넷플릭스 '마이 네임'(2021)을 통해 외모와 스타일로만 승부를 보는 배우가 아닌 파워풀한 액션연기까지 다양하게 도전하는 모습으로 방송가 캐스팅 1순위의 자리를 확고히 지키게 된다. 배우 데뷔이후 큰 흔들림 없이 상승 곡선을 그리며 성장해왔다.
"돌아보면 많은 성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의 시간에 현장에서 저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방법을 배웠고 작품이 끝나고 난 후에도 저를 컨트롤하는 방법도 배웠어요. 계속 일을 해오다보니 취미 생활도 잃어버리고 쉴 때 뭘 했었는지 잊었어요. 요즘은 주말에 혼자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작품이 끝나고 난 이후의 시간을 잘 보내는 것도 숙제로 다가오네요. 요즘은 혼자 바다에도 가고 조금씩 도전해보고 있죠. 불과 1~2년 차이지만 20대 때는 건강을 해쳐가면서 일을 해도 가능할 거라는 착각이 있었어요. 살을 뺄 때도 굶어서 빼고 연기를 할 때도 나를 구석으로 몰아가면서 했죠. 실제 나를 울려서 연기를 시키면 됐고요. 그때는 회복이 잘 됐어요. 하지만 30대가 되고 보니 저 스스로를 잘 회복시키지 않으면 안되더라고요. 잠을 제대로 자야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요. 예전에는 팬들께 '밥 잘 챙겨 먹어라'고 말하곤 했는데 저 스스로 밥을 안먹으면서 할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정말 좋은 연기를 하려면 테크닉 등도 중요하지만 제 육체가 건강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요."
대화를 나눠보니 어떤 질문에도 가장 깊은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어 들려주려고 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젊은 세대들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는 데는 그의 솔직함과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열심이 기본 바탕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성크리처'의 촬영 및 공개이후 그가 생각하는 가장 만족하는 장면은 어떤 장면일까.
"제 스스로 만족하는 딱 한 장면을 꼽는다면 '죽는 것은 별로 슬프지 않은데 내가 살다간 흔적조차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면 그건 좀 슬플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이 대사가 너무 슬펐어요. 원래 울면서 해야 하는 대사가 아니었는데 그 대사를 입 밖으로 내뱉는 게 너무 힘들었죠. 그런 만큼 인상에 깊게 남은 장면입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의 감정이 잘 느껴졌던 장면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보통 작품을 선택할 때 누군가 한 사람의 독주가 아닌 앙상블이 빛날 수 있는 작품을 택했는데 이번에도 배우들이 다 같이 하나하나 빛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각각의 인물에 다채롭게 이입할 수 있는 멋진 작품이었죠."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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