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매독 환자 급증…이 균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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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매독은 매독균이라는 박테리아가 일으키는 감염병으로, 이들이 살던 시대에는 종종 치명적이었지만 20세기 중반 항생제가 나오면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들 모두는 비성병성 매독인 베젤(bejel)을 일으키는 매독균의 아종(엔데미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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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과학칼럼니스트
음악가 슈베르트, 화가 마네, 철학자 니체….
각기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매독에 걸려 고생하다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점이다. 슈베르트는 매독을 치료하다 수은 중독으로 불과 31살에 숨졌고, 마네는 51살에 합병증으로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은 뒤 사망했다. 니체는 신경계가 손상돼 정신착란으로 10여년을 정신병원에서 지내다 56살에 세상을 떴다(매독이 아니라 뇌종양이라는 주장도 있다).
매독은 매독균이라는 박테리아가 일으키는 감염병으로, 이들이 살던 시대에는 종종 치명적이었지만 20세기 중반 항생제가 나오면서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런데 최근 매독이 재유행한다는 뉴스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지난해 말 일본 당국은 매독 환자가 2021년 7978명에서 2023년 1만7000여명으로 두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선천성 매독(임신부에게서 태아로 옮는) 신생아가 10년 만에 11배가 넘게 늘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매독을 4급 법정감염병에서 3급으로 올려 전수감시체계에 들어갔다. 3급으로 격상됨에 따라 의료기관은 매독을 진단하면 질병관리청에 신고하고 매독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뤄진다. 지난 한달 동안 200여건의 매독 진단이 보고됐다.
인류사의 관점에서 매독은 15세기 말 구대륙 사람들에게 짓밟힌 신대륙 사람들의 유일한 복수(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라고 볼 수 있다. 잉카제국의 풍토병이었던 매독이 콜럼버스 탐험대를 통해 유럽으로 건너갔고 불과 수십년 사이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퍼지며 수백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그렇다면 매독은 언제부터 인류를 괴롭히기 시작했을까.
지난달 학술지 ‘네이처’는 약 1600년 전 인골에서 매독균의 게놈을 해독해 분석한 논문을 사이트에 공개했다. 브라질 산타카타리나주 해안가 유적지인 자부치카베이라Ⅱ에서 발굴한 인골 가운데 상당수가 골막염 등 매독 증상의 흔적이 보인다. 스위스 취리히대를 비롯한 다국적 공동연구자들은 뼈 시료에서 디엔에이를 추출해 매독균을 분석한 결과, 4개 시료에서 존재를 확인했다. 이들 모두는 비성병성 매독인 베젤(bejel)을 일으키는 매독균의 아종(엔데미쿰)이었다. 참고로 우리가 익숙한 성병성 매독을 일으키는 아종은 팔리둠이다.
이 가운데 한 시료에서는 엔데미쿰 게놈의 99%를 해독했고 연구자들은 기존에 알려진 98개 게놈의 디엔에이 염기서열 데이터와 비교했다. 그 결과 오늘날 존재하는 매독균 아종 3가지는 약 1만년 전 공통 조상에서 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미 수천년 전 신대륙 사람들은 지역에 따라 다른 유형의 매독을 앓았고 각각 다른 경로로 구대륙으로 전파됐음을 뜻한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는 애초에 매독균이 어떻게 사람에게 넘어왔는지 알 수 없다. 1만5000~2만3000년 전 신대륙에 진출한 사람들이 현지 동물에게서 매독균 공통 조상에 감염된 뒤 흩어져 살면서 매독균 아종이 분화했다는 시나리오와 이미 아종으로 분화한 상태의 매독균을 각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동물에게서 옮겨왔다는 시나리오가 있다. 후속 게놈 연구가 매독균 진화의 역사를 명쾌하게 재구성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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