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폭력, 경계선에 머문 ‘살인자 ㅇ난감’…캐릭터를 놓쳤다

남지은 기자 2024. 2. 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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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전 회차가 모두 공개된 넷플릭스(OTT) 드라마 '살인자 ㅇ난감'은 2010년 원작 웹툰을 고스란히 따른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드라마는 웹툰과 달리 내용의 개연성과 인물의 당위성이 중요한데 그런 노력이 안보인다. 이탕의 변화와 장난감 형사가 이탕을 쫓는 과정을 촘촘하게 보여주고 두 사람의 다른 듯 닮은 관계성을 풍부하게 구성했다면 만듦새 좋은 드라마가 됐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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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공

지난 9일 전 회차가 모두 공개된 넷플릭스(OTT) 드라마 ‘살인자 ㅇ난감’은 2010년 원작 웹툰을 고스란히 따른다. 평범한 대학생 이탕(최우식)이 우연히 연쇄살인범을 죽인 뒤 악인을 알아보는 감각을 느끼고 이후 계속 나쁜 사람을 죽인다. 그를 쫓는 장난감(손석구) 형사, 이탕처럼 감각을 갖고 싶었던 송촌(이희준), 이탕을 부추겨 나쁜 사람을 죽이게 하는 노빈(김요한) 등 주요 인물도 그대로 나온다. 엔딩 정도 달라졌을까? 웹툰은 이탕이 사망한 걸로 처리되고 일본에서 노빈의 신분을 갖고 산다. 드라마에서는 이탕이 무죄가 되고 다시 악인 살해 본능을 느끼며 시즌2 여지를 남겨놓았다.

14년 전 웹툰 설정은 지금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문제는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면서 빈 공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한 점이다. 원작에서 장난감 형사는 이탕을 쫓지만 별다른 활약을 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도 여전하다. 풍선껌만 불고 폼은 잡는데 ‘지독하게 추적한다’라는 캐릭터 설명에 걸맞는 뚜렷한 뭔가가 없다. 드라마에서 송촌과 노빈의 비중이 커지면서 장난감 형사의 역할이 더 불분명해졌다. 이탕이 살인 감각이 깨어나면서 점차 변하는 과정도 사실상 중간 생략됐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드라마는 웹툰과 달리 내용의 개연성과 인물의 당위성이 중요한데 그런 노력이 안보인다. 이탕의 변화와 장난감 형사가 이탕을 쫓는 과정을 촘촘하게 보여주고 두 사람의 다른 듯 닮은 관계성을 풍부하게 구성했다면 만듦새 좋은 드라마가 됐을 것 같다”고 했다.

넷플릭스 제공

인물의 심리 묘사 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도 잘 전달되지 않는다. ‘살인자 ㅇ난감’은 이탕이 나쁜 사람을 죽이면서 시청자한테 희열을 주는 드라마가 아니다. 원작은 죽어 마땅한 사람이 있을까, 희대의 살인마를 처단한 이탕은 영웅일까, 정의란 무엇일까 등을 생각하게 만든다. 윤 교수는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인물들을 통해 시청자도 같은 고민을 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지루하지 않은 오락물 정도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살인 장면을 느리게 보여주는 등 연출의 묘미도 2회가 지나면서는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다. 이탕이 화장실에서 자신이 죽인 사람의 환영을 보며 혼란스러워하는 장면처럼 범죄와 심리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며 끝까지 나왔으면 어땠을까. 윤 교수는 “이탕의 캐릭터를 설명해주지 않는 불필요한 베드신 등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다만, 보험사기, 불법 영상물 촬영 등 현실에서 발생하는 범죄들을 다루면서 일상의 폭력성을 이야기하는 점은 눈에 띈다. 우리는 늘 범죄에 노출되어 있고 경찰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즐비해 사람들은 “나쁜 놈 잡는 영웅”을 꿈꾸기도 한다. 손님이 와도 개인 통화를 계속하는 꽃집 주인, 주스 한박에서 두개를 빼먹는 슈퍼주인 등 주위에 만연한 무례함도 드러낸다. 무엇보다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인물들을 통해 이탕, 송촌이 그러했듯 누구나 범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장난감 형사의 말처럼 “피해자에서 한 글자만 바꾸면 가해자”가 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일상에서부터 뻗어 나가는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를 통해 장르적 재미를 담보하면서도 일상과 맞닿아 있는 폭력성의 문제를 깊이 들여다본 점은 이 작품이 거둔 중요한 성취”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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