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용(龍)감한 설날’ 보냈어요!
‘금단의 땅’이었던 청와대는 2022년 5월 10일부터 누구나, 언제나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었다. 상시 관람뿐만 아니라 설날, 추석 등 명절, 어린이날, 장애인의 날, 봄, 여름, 가을, 겨울맞이 등 특별한 날에 특별한 행사들이 열리곤 한다. 2024년 갑진년 설 연휴를 맞아 ‘용(龍)감한 설날’ 문화행사가 진행되었다.
우선 2월 9일부터 11일까지 춘추관 2층에서 청와대의 역사·문화·자연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이야기 콘서트가 열렸다. 9일에는 안창모 경기대 교수가 ‘청와대의 건축 이야기’를, 10일에는 최태성 한국사 강사가 ‘청와대의 역사 이야기’를, 11일에는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가 ‘청와대의 나무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 다례 행사 ‘용감한 덕담 나누기’가 진행되어 참가자들이 우리 전통차 문화를 배우고 새해 덕담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청와대와 근·현대 건축이 궁금했던 나는 2월 9일 ‘청와대의 건축 이야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설 연휴 첫날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 많은 관람객이 청와대를 방문했다. 곧 개방 2주년을 맞이하는데도 여전히 청와대 인기가 식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었다. 하기는 나도 벌써 4번째 방문이니…
4번째 방문 만에 처음으로 내부를 관람한 춘추관은 대통령 기자회견과 언론 취재 본부로 사용되던 곳이다. 청와대 개방 전 뉴스에서 자주 봤던 그곳이었다. 1층에 들어서니 낯익은 배경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들이 취재하던 장소에 정책기자단으로 방문하니 기분이 남달랐다.
오후 2시가 되자 김경란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토크콘서트가 시작되었다. 강연자 안창모 경기대 교수는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 등을 역임한 건축역사학자이자 보존, 활용 전문가이다. ‘경복궁과 경무대, 그리고 청와대’라는 주제로 잘 알려지지 않은 청와대와 경복궁의 역사적 관계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청와대 터는 고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숙종 때 현 청와대 주변 지역에 이궁을 설치하고 남경으로 삼았다. 현재 청와대 터 일부라고 추측한다고 한다. 조선시대가 되자 이궁 남쪽에 경복궁을 건설했다. 임진왜란 때 불탄 경복궁은 고종 2년인 1865년에 중건되었다. 이때 경복궁 북쪽으로 경무대가 조성되었다.
일제강점기 이후 경무대를 비롯한 경복궁 후원 건물들이 철거되고 총독관저가 세워졌다. 이 총독관저는 훗날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로 사용되기도 했다. 건물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경무대라고 불리던 그 일대는 1961년 ‘청와대’라는 현재 명칭으로 바뀌었다.
70년대 수출 100억 불을 달성한 한국은 제대로 외국 손님을 맞이하고자 박정희 대통령 때 영빈관을 신축했다. 이후 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한국은 그 위상에 걸맞게 현재 청와대 본관을 신축했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청와대와 경무대, 경복궁의 숨겨진 역사도 재미있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 최근 들어 건축을 창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건축은 창작품이기보다는 사회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단다. 건물 하나를 짓기 위해 많은 돈과 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회적 상황과 배경 없이는 건물을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건물을 잘 읽어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이해한다면 당시 시대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고 책보다 더 풍성하고 재밌는 역사를 배울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24년 갑진년 ‘청와대의 건축 이야기’는 값진 시간이었다. 고려와 조선을 지나오면서 왕조와 연결된 궁궐 일대였던 청와대는 대한민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 수립되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시민의 접근이 불가능했던 금단의 땅이었다. 그 공간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간 지 2년이 된다. 이제 국민이 그 땅을 밟아 스스로 역사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바로 여기에 국민 문화공간이 된 청와대의 상징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직접 우리의 역사를 배우고 누리는 그런 소중한 장소로 앞으로도 쭉 남았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다시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빌어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정수민 amantedepari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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