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이지만 장단점이 명확한 '살인자ㅇ난감'
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난감하네. 올 설 연휴에 넷플릭스가 공개한 오리지널 한국 시리즈 '살인장o난감'에 대한 짧은 감상평이다. '웹툰 명작'으로 꼽히는 꼬마비 작가의 동명 웹툰 원작에 최우식, 손석구, 이희준이라는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이 더해져 탄생한 이 드라마가 '명절엔 OTT 드라마 정주행'의 즐거움을 한껏 안겨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 베일을 벗은 '살인장o난감'은 장단점이 너무도 극명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악역 캐릭터 묘사는 논란을 낳는 중이다. 그래서 더 난감하다.
꼬마비 작가의 '살인장o난감'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네이버웹툰에 1년 가까이 연재되며 화제를 모았다.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이후 '연속' 살인을 하게 된 20대 청년과 그를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다. 단순하고 귀엽기까지 한 그림체와 살인 이야기의 조합, 작가가 곳곳에 심어 놓은 반전은 매 화마다 재미와 충격을 동시에 안기며 마지막까지 팬들을 열광시켰다. 당시 웹툰의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한 웹툰 원작 영화 제작 열풍에 힘입어 '살인장o난감'도 곧바로 영화화 기획에 들어갔으나 영상화되기까지 15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연재 당시부터 영상화를 바랐던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부응하듯 넷플릭스 드라마로 거듭난 '살인장o난감'은 원작의 여백을 알찬 디테일로 채운다. 1화 시작은 복학생이자 네 가족의 일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평범하게 지내며 일상 탈출을 꿈꾸는 스물네 살 이탕의 모습이 그려진다. 4컷 만화 형식의 원작이 생략한 일상의 디테일이 이어지면서 주인공의 상황을 보충 설명한다. 원작의 대사처럼 폭력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한 글자가 바뀌는 상황'을 화면 전환과 심리 묘사로 짜임새 있게 보여 주는 장면에선 연출의 묘가 두드러진다. 절묘한 편집, 극적 리듬을 만드는 슬로 모션 효과는 드라마 특징으로 자리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분명한 장점이다.
'살인자o난감'을 보면서 기분 좋게 놀라는 건 캐스팅과 배우들의 연기다. 주연배우들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룰 때, 보는 재미는 극대화된다. 이탕을 다크히어로의 세계로 이끄는 노빈 역의 김요한, 장난감 형사의 후배이자 파트너 용재를 연기한 권다함, 형사 과장 역의 박경근, 편의점 점장 역의 정강효는 조력자 또는 조연 역할에 그치지 않고 뚜렷한 인상을 남긴다. 의외의 배우가 등장해 호연을 펼칠 때의 쾌감을 출연 배우들이 만끽하게 해준다.

장남감 형사의 동료 박형사는 원작과 다르게 올바른 성격의 인물로 그려지는데, 현봉식의 맛깔스러운 코미디 연기 덕분에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되었다. 원작의 악명 높은 캐릭터들 여부일, 선여옥, 하상민, 지검사로 분한 조현우, 정이서, 노재원, 남진복의 분노 유발 연기도 명불허전이다. 이탕의 엄마 역을 맡은 중견배우 오인애 특유의 독특한 모성 연기도 극의 한축을 담당한다.
웹툰 원작 드라마나 영화는 주연배우와 캐릭터 싱크로율이 관건이다. '살인장o난감'은 2등신에 특징만 단순하게 표현한 캐릭터여서 다른 원작 작품에 비해 캐스팅 폭이 넓었을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원작 캐릭터와 흡사한 이미지 캐스팅보다 캐릭터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뛰어난 기량을 갖춘 배우를 찾느라 고심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인공 이탕을 연기한 최우식은 최적의 캐스팅이다. 무기력, 분노, 나약함에 휩싸인 20대 청년과 영웅심 없는 다크히어로의 모습을 최우식만큼 이질감 없이 사실적 연기로 보여줄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가 연기한 이탕이야말로 지극히 현실적인 한국형 히어로에 가깝다. 초능력 대신에 지독한 '운빨'로 버티는 것도 특별한 능력이지만 말이다.

손석구는 원작에서 풍선껌을 부는 뾰족 머리로 묘사된 장난감 형사에 자신의 스타일(걸음걸이, 제스처)을 더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손석구의 연기 디테일을 보면 그가 아직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게 더 많은 배우임을 실감하게 한다. '살인자o난감'의 최종 빌런이라 할 수 있는 송촌을 연기한 이희준은 드라마 중반부터 등장해 화면을 장악한다. 공교롭게도 지난 1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한국 영화 '황야'에 이어 악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나는 셈이다. 두 작품에서 모두 이희준의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공개 시기가 연달은 탓에 잔악무도한 악역 연기의 디테일이 온전하게 전달되지 못한다. 배우에게는 아쉬운 일이다.
8화로 구성된 드라마 '살인자o난감'은 4화까지는 촘촘하게 긴장을 쌓아 올리다가 5화부터 늘어지는 템포를 회복하지 못한다. 인물들이 동어반복 하는 대사는 긴 호흡으로 끌고 가야 하는 드라마의 한계처럼 느껴진다. 원작의 촌철살인 대사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드라마 후반부의 부진이 더욱 크게 와 닿을 것이다. 극의 배경은 대전에서 부산으로 옮겨지고, 원작의 주요 에피소드였던 불법 촬영 에피소드와 빌런 송촌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면서 재점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의아한 연출들이 불씨를 자꾸 꺼트린다. 불법 촬영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불법 촬영 이미지를 재현한다든가, 원작과 무관하게 외모부터 행동까지 특정 정치인을 연상시키는 악역 캐릭터 묘사는 의도인지, 장난인지 논란만 야기한다. 원작의 본질을 흐리고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연출은 자극적 재미는 줄지언정 작품의 진정한 의미를 새기지 못한다. 원작과 다른 결말 방식은 호평으로 이어질 만한데, 앞에서 벌어진 문제점들이 워낙 큰 나머지 장점이 가려지고 만다.

OTT 플랫폼은 '명절엔 대작 영화'라는 수십 년 된 흥행 공식을 불과 몇 년 만에 뒤바꾸고 TV, 태플릿PC, 휴대폰 액정 화면을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18세 관람가 등급이라 명절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즐길 만한 작품이 아닌 점은 아쉬움이 아니다. 그건 추석 시즌에 공개한 '오징어게임'(2021)도 마찬가지였다. '살인자o난감'이 보여준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는 최근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가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점과 상통한다. 내수보다는 전 세계 시장에서 더 잘 팔리기 위해서 질적 완성도보다 자극을 추구하고 이슈몰이에 관심을 쏟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봤으면 한다. 잘 만든 작품이 대중에게 사랑받고 롱런한다는 건 당연한 진리다. 원작 웹툰 '살인o장난감'이 아직까지 사랑받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감식안 뛰어난 한국의 콘텐츠 제작자들이 한국 시청자들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깐깐한 안목 덕분에 한국이 콘텐츠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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