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일촉즉발` 의사 파업에 기름 붓나?..."의사수 늘면 소득 달라질 것"
의대 열풍 가라앉히기 위한 발언이라지만 젊은 의사들은 '부글부글'
"한주 80시간씩 주말에도 환자 돌보는 의사들을 집단 매도"
의협 산하 16개 시도 의사회, 오는 15일 궐기대회 개최
한 총리, "불법행위 엄정 대응할 것"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를 둘러싸고 의사단체들과 전공의들이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3일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의사 수가 늘면 소득이 달라질 것"이라며 "대입 진로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계획 대로 향후 10년간 의사 수가 1만명 늘어나면 의사 소득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의대에 진학하려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의대 열풍을 가라앉히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가뜩이나 신경이 곤두선 의사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부총리는 인터뷰에서 "의대 입시 열풍을 가라앉히는 근본적인 처방은 정원 확대"라며 "지금까지 공급 부족 문제가 너무 크니까 (금전적 보상이) 의사에게 쏠렸다. 합리적으로 의대 열풍이 가라앉는 게 맞다. 앞으론 학부모, 학생도 진로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책상 앞에 앉아 의료 현장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며 "의대 정원 확대가 의사 수입을 줄이기 위한 목적인가"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울 강서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한 의사는 "의사들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보상은 대부분 건강보험에 의해 (낮은) 가격(수가)이 책정돼 있다"며 "하루 종일, 그리고 야근에 주말까지 환자를 보면서 얻은 댓가를 그렇게 폄하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업의의 경우 수억원씩 하는 고가 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을 수 없다"며 "막대한 투자로 문을 닫는 개인 병원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전남 광주의 또다른 의사는 "한 사람의 의사가 되기까지는 일반적인 직장인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과 학비를 들여야 한다"며 "돈을 버는 시기가 늦고 퇴직금도 없는데 의사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 모임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조사한 '2022년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의 52.2%가 주당 근무시간이 무려 80시간을 넘었다. 대형병원은 이 비율이 60.3%까지 올라갔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교수는 "노동의 양은 물론 질도 문제다. 불규칙한 근무 시간, 높은 직무 스트레스, 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처럼 질적인 측면에서도 의사는 과로사 위험 속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이미 많은 동료가 과로와 질병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이제부터라도 의사 건강권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노동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 단체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대폭 확대 결정이 오는 4월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지방 공공의대 설립 등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에 맞대응하기 위한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대 정원 증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한 지역 의사회들이 잇따라 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광주시의사회와 전남도의사회는 오는 15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국민의힘 광주시당 당사 앞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전북의사회도 15일 오후 1시 전주시 완산구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16개 시도 의사회의 전국 동시다발 집단행동에 따른 것이다.
대전협도 12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전원 사퇴를 의결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을 결정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관련,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오직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만을 바라보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의사단체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시사하는 데 대해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도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하면 군 의료체계를 통한 대국민 의료 서비스 제공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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