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전쟁때 한국군 동원 가능…가장 비극적인 안보 전개에 대비해야 [매경포럼]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이름으로 개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는 24일이면 만 2년이 된다. 예상은 처음부터 모든 게 틀렸다. 전문가들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를 타격하는 전면전은 없을 것이라 했고, 개전 직후에는 곧 끌날 것으로 봤다. 러시아 군부와 갈등을 빚은 용병대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모스크바 진격을 선언하자 ‘전쟁으로 흥한 자, 전쟁으로 망한다’며 푸틴 정권 종말론도 나왔다. 뚜렷한 근거나 정보 없이 각자 열심히 ‘희망회로’만 돌린 탓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 미국 방송인과의 인터뷰에서 “합의를 통해 전쟁이 곧 종결될 것”이라고 했지만 개인 희망일 뿐이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동부 영토를 잃고 전쟁을 끝내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과거에도 푸틴은 종전(終戰) 하고 싶은데 우크라이나 반대로 어렵다고 실토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의 무기 공급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도 유사한 요구를 받는 강도가 세질 것이다. 국산 탄약과 미사일이 미국을 거쳐 전쟁터에 보내지고 있는 것은 러시아도 파악중인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이 미국을 통해 우회 지원한 포탄 규모가 유럽 각국의 지원 물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전했다. 이를 간파한 러시아는 우리를 종종 협박한다. 지난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은 “우리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지원하면 한국은 어쩔텐가”라며 으름짱을 놓기도 했다. 푸틴은 대북 기술 제공을 정당화하고자 우리의 무기 수출 내역을 요구할지 모른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은 2022년 9월 한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주한미군이 투입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대신 그는 “주한미군 병력 일부가 대만 사태에 투입되더라도 한미동맹은 대북 억지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달 현 주한미군사령관인 폴 러캐머라는 한미연구소(ICAS) 주최 심포지엄에서 “대만 침공에 대비해 한국군 지도부와 한국의 역할을 논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사령관이나 지도자들은 그 어떤 것과 관련해서도 비상 계획을 세운다”며 대비 중임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부터 대만까지 이런저런 정황들이 17세기 중반 두 번에 걸쳐 ‘나선(羅禪) 정벌’에 조선군이 동원됐던 상황과 유사하다. 러시아의 남침을 막으려는 청나라 요구를 받들어 조선의 총·포수들을 외부 전쟁터로 보내야 했던 기억이 오버랩 된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이긴다면 우리에게 안보 비용 분담 요구는 커질 것이다. 지난해 한미가 합의한 핵협의그룹(NCG) 운영과 확장억제 강화 전략도 트럼프 집권 1년 만에 파기된 이란핵협정(JCPOA)의 길을 걷게 될지 모른다. 미국에서는 정파를 떠나 국제문제 대응에서 한국 역할론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김정은의 잇딴 막말로 전쟁 가능성이 1950년 한국전 이후 최대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신년 대담에서 “북한 주장만 따라서 판단하기보다 다양한 팩트를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한 “(북한이) 불합리하고 비이성적 결론을 낼 수도 있는 세력이란 걸 전제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다행이다. ‘현명한 정치가’라면 최악의 상황 전개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비극을 피하려면 비극적으로 사고하는데 힘써야 한다”는 카플란의 말 그대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남자 성기 달린 선수 5명 女배구 출전”…진짜 여자들은 벤치에, 캐나다 발칵 - 매일경제
- 한국 개미들 밤잠 설칠 ‘13일 새벽’…두 종목 MSCI 편입 결판난다, 빠질 종목도 초미 관심 - 매일
- “딸은 되면서”…명절 아침 시댁갔다 시모한테 대차게 혼난 며느리, 왜? - 매일경제
- 올해 한달새 3만4천명 해고…“인공지능에 돈 쏟아붓더니, 우려가 현실로” - 매일경제
- 삼성 1위지만 무서운 2위 ‘떡하니’…국내 스마트폰 점유율보니 - 매일경제
- “쌀때 쓸어담자”...5일만에 이 종목 ‘빚투’ 1600억원 몰렸다는데 - 매일경제
- 맹모들 강원도로 몰려가나…의대 지역인재 늘리면 내신3등급도 간다는데 - 매일경제
- “수입차 살 돈이 어딨어”…짠내나는 요즘 30대 ‘이것’ 타고 다닌다 - 매일경제
- “여자친구와 성관계 해봤냐”…면접관 질문하더니 농담이란다 - 매일경제
- ‘코리안 특급’이 ‘코리안 몬스터’에게 “어디를 가든 잘할 것” [현장인터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