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권 선거, 판 흔드는 러시아…193개 사이트 연계 ‘편향 정보’ 유통

신기섭 기자 2024. 2. 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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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러시아가 조직적인 온라인 선동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나, 서방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6월 처음 등장한 '프라우다'(러시아어로 진실)라는 사이트는 영어·프랑스어·독일어·폴란드어·스페인어 등 5개 언어별 사이트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독일·폴란드 외교부는 러시아의 온라인 선전 활동을 서방 정부를 약화시키려는 공작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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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193개 사이트로 구성된 네트워크 확인
프·독·폴, 공작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기로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교장관,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왼쪽부터)이 12일(현지시각) 3자 회담을 위해 프랑스 라셀생클루에서 만나고 있다. 세사람은 러시아의 온라인 여론 조작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라셀생클루/AFP 연합뉴스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러시아가 조직적인 온라인 선동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나, 서방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프랑스·독일·폴란드 정부는 이를 정부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려는 공작으로 보고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프랑스의 외국 디지털 개입 감시·대응 기구 ‘비지뉨’(VIGINUM)은 12일(현지시각) ‘포탈 컴뱃’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러시아의 온라인 여론 조작 네트워크를 확인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기구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인터넷을 분석한 결과, 이 네트워크가 적어도 193개 사이트들로 구성되어 있는 걸 확인했다.

이 사이트들은 서로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으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나라들을 겨냥해 친러시아, 반우크라이나 콘텐츠를 유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지난해 6월23일부터 9월19일까지 약 3개월 동안에만 모두 15만건 이상의 정보를 유포했다.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에서 프랑스어로 운영되는 한 채널은 1시간에 9건까지 정보를 유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이렇게 많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유포하는 것은 고도로 자동화한 배포 시스템을 갖추고, 러시아 언론 뉴스나 러시아인 또는 친러시아 인물들의 주장을 재배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비지뉨은 지적했다.

지난해 6월 처음 등장한 ‘프라우다’(러시아어로 진실)라는 사이트는 영어·프랑스어·독일어·폴란드어·스페인어 등 5개 언어별 사이트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와 연계된 180개 다른 사이트들은 비슷한 콘텐츠들을 러시아어로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의 한 외교 소식통은 ‘포탈 컴뱃’의 핵심 목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사이트들의 콘텐츠는 “아주 강한 이념적 편향”을 보여주며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거나 사람들을 호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외교부도 지난해 12월 20일부터 한달 동안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의 자료를 분석해 러시아 정부 기관 등의 선전 내용을 유포하는 5만개 이상의 계정을 확인했다고 독일 주간 슈피겔이 최근 보도했다. 이들이 유포하는 정보는 많은 경우 하루에 20만 트윗에 달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프랑스·독일·폴란드 외교부는 러시아의 온라인 선전 활동을 서방 정부를 약화시키려는 공작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교장관은 이날 프랑스 파리 인근 라셀생클루에서 독일·폴란드 외교장관과 만난 뒤 “우리는 유럽의회 선거 그리고 프랑스의 경우 올림픽을 앞두고 취약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러시아의 여론 조작 시도는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유럽연합(EU)은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지는 걸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연합,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엔 등은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고위급 회의에서 거짓 정보를 올해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주요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나토 고위 관계자는 거짓 정보 유포를 ‘국가 안보 이슈’로 분류했고,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정신을 식민 지배할 수 있는” 말과 이념을 통한 새로운 전쟁으로 규정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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