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혁신 본질은 ‘사당화 탈피’다[시평]

2024. 2. 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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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주요 정당들 일제히 공천 시작
중진은 물론 초선도 개혁 대상
與 성패 시금석은 영남 교체율
위성정당 비례 순번도 큰 의미
용산 측근과 친명 비율 관심사
권력에 포획된 정당 극복해야

오는 4월 10일 총선 승부의 절반을 결정하는 공천이다. 국민의힘은 후보 면접을 시작하며 우선과 단수추천 및 경선지역으로 나눈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원 평가 하위 20% 발표와 감점 등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당 공천은 ‘비밀정원’이자 ‘블랙박스’다. 밖에서는 내용도 과정도 알 수 없다. ‘폐쇄적·파벌적·사적·권위주의적·중앙집권적·위계적’이다. 이철규 의원과 조정식 사무총장은 ‘윤심’과 ‘명심’ 공천의 상징이다. 과제는 ‘혁신과 통합’이다. 자발적이든 강요든 ‘희생과 감동’이다. ‘다선·중진의원 용퇴와 희생’은 전통적이다. 이번엔 공천 때문에 ‘권력의 홍위병’이 된 여야 초선도 개혁 대상이다.

여당 공천의 포인트는 ‘비윤험지 친윤양지’다. ‘비윤과 영입 인사들은 패전 처리용이나 순장조로 가고, 친윤계는 양지만 고른다’고 한다. 서병수·김태호 의원은 민주당 현역과 맞붙는다. 명분도 있고, 승리하면 정치적 성장까지 가능하다. 김기현 전 대표의 거취가 주목되는데 직전 대표의 무소속 출마는 ‘공천 실패’의 상징이다.

여당 공천의 성패는 영남이 좌우한다. 지난 총선 때 미래통합당의 현역 교체율은 43%였는데, 영남 전체가 53%였고 대구와 경북은 64%였다.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이라 공천 절차도 가장 늦다. 관심은 ‘찐윤 출마’로 국민의힘 예비후보 849명 중 대통령실 출신은 38명. 이 중 17명이 ‘양남지역’(영남과 강남)인데, 구체적으로는 부산 5명, 대구경북 11명 등이다.

2번 기호에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라고 넣은 주진우와 이원모의 향배가 결정적이다. 공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의원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친윤 공천 개입 의혹’이 반복되면 그들의 정치적 부담은 더 커진다. 공천 권력의 책임과 진정성은 성공하는 공천을 마무리한다.

야당 공천의 포인트는 ‘친문 대 친명’ 대결이다. ‘명문정당’을 말하지만 ‘명문대전’이다. ‘문재인 때문에 대선에 졌다’ 대 ‘이재명이 진 선거’라는 대립이다.

“‘윤석열 검찰정권’의 탄생 원인을 제공한 분들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는 공천관리위원장의 언급은 임종석·노영민 두 전 비서실장의 불출마를 말한다. ‘친문 고사(枯死) 작전’으로 받아들인다. “대선 패배와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뺄셈의 정치”라고 반발한다. 핵심 친문계 의원들이 하위 20% 컷오프 대상에 얼마나 포함되느냐가 관건이다.

친문계나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 친명계가 ‘자객 출마’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충성도가 높은 의원일수록 공천 가능성이 컸다’고 한다. ‘금태섭 사례’처럼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정치인이 당내 경선에서 당원과 지지자로부터 심판’을 받는 게 민주당이다.

‘준위성정당’도 뇌관이다. “맏형으로서 통합형 비례정당 구성을 주도하겠다”는 민주당은 “이번에는 앞 순번을 무조건 양보할 수 없다”며 ‘당 지지율에 따른 의석수 배분’을 주장한다. 이 대표는 “그게 상식”이라지만, ‘정치개혁과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시민회의’는 “특정 정당이 비례후보 50% 이상 추천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맞선다.

양당의 공천은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정당의 구조적·본질적 문제를 제기한다. ‘인물 중심으로 사당화한 한국 정치와 정당정치’는 이제 ‘소수의 유력 정치인에게 포획된 정당 없는 민주주의’라고 불린다.

‘파벌 간 경쟁의 논리’가 공천 과정을 지배하고 ‘파벌 간 지분의 타협’이 공천이다. 공천 규칙의 변경도 사실상 ‘계파 간 권력다툼의 결과’다. 정계 개편은 물론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공천 갈등과 불복의 탈당 그리고 신당 출현도 ‘파벌형 정당 체제의 한계이자 불안정성’의 산물이다.

여야 모두 ‘유력 정치인 중심의 파벌 정당’이지만 권력의 핵심은 다르다. 여당은 대통령과 충성파, 야당은 당 대표가 파벌의 중심이다. 개인 정당이라는 말이다.

결국, 공천 성패는 대통령 충성파와 야당 대표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선택하느냐에 달렸다. ‘홍위병 초선 및 용산 출신과 공천의 권력화된 의원들 그리고 야당 대표와 측근들’의 거취에 이번 공천 승부가 갈린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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