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춘제에 투입된 AI 앵커… “덕분에 진짜 앵커는 고향으로”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4. 2. 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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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방송에서 저녁 뉴스 프로그램 '항저우신원롄보'를 진행 중인 AI 앵커 샤오위./항저우방송 캡처
중국 항저우 방송국에서 춘제 기간 기용한 AI앵커./항저우방송 캡처

중국 항저우방송(HTV)이 춘제(중국 설) 연휴 기간에 실제 인간 앵커 대신 인공지능(AI) 앵커를 기용해 뉴스를 진행했다. 중국에서 AI 앵커는 5년 전부터 등장했지만, 뉴스 프로그램을 통째로 진행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중국 IT 매체 콰이커지는 “AI 앵커 덕분에 인간 앵커가 명절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했다.

10~11일 중국 항저우방송 저녁 메인 뉴스 ‘항저우 신원롄보’는 남녀 AI 앵커가 하루씩 맡아서 진행했다. 실제 앵커인 ‘위천(雨辰)’과 ‘치위(麒宇)’의 외모와 말투를 본뜬 ‘샤오위(小雨·여)’와 ‘샤오위(小宇·남)’였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이들은 실제 앵커와 거의 비슷한 감정 표현과 음성·표정을 보여주며 능숙한 솜씨로 뉴스를 진행했다. ‘AI 앵커’라는 안내 자막이 없었으면 이들이 AI 기술로 구현한 가상 인간이란 사실을 알기 어려울 정도였다는 반응이 나왔다.

AI 기반 고화질 3D 변환 기술이 감쪽같은 인간 형상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축적된 앵커의 영상과 사진 데이터를 토대로 생성된 가상 인간이라 표정과 몸짓이 자연스럽다. 500자(字) 대본의 음성 파일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30초에 불과하다. 방송 사고 없이 장시간 촬영이 가능한 것도 AI 앵커만의 장점이다.

중국 신화통신이 지난 2018년 공개한 인공지능(AI) 앵커(오른쪽)의 모습. 왼쪽이 실제 앵커인 추 하오씨다.

세계 최초로 AI 앵커를 선보인 나라는 중국이다. 출연진이 철저하게 대본을 따라야 하는 중국 방송 환경에서 AI 앵커 도입은 자연스러운 선택지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8년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세계 인터넷 대회에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자사 남성 앵커 추하오의 얼굴 모양과 목소리를 합성해 만든 AI 앵커를 선보였다. 다만 이때만 해도 “로봇이나 아바타처럼 뭔가 어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신화통신이 공개한 새로운 여성 AI 앵커 신샤오멍은 ‘전작(前作)’보다 몸짓이나 표정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신샤오멍은 59초짜리 뉴스 영상에서 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 이벤트인 양회(兩會)를 맞아 전국 각 대표단이 전날 베이징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2022년에는 중국 국영 CCTV가 청각 장애인들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중계방송 시청을 돕기 위해 바이두가 개발한 ‘AI 수어 앵커’를 도입했다. 단발의 20대 여성 모습인 AI 앵커는 인간 앵커의 말을 실시간으로 수어 통역해 주목받았다. 최근 중국 더우인(중국판 틱톡) 등 소셜 미디어에서는 AI 앵커들이 출연하는 ‘항저우24시간’ 등 계정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도 AI 앵커는 대중에게 익숙한 존재가 되고 있다. 2020년 국내 한 종합편성채널 메인 뉴스에 처음으로 AI 앵커가 등장했다. 2022년에는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에 한국어와 영어를 완벽히 구사하는 AI 앵커 ‘제니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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