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같은 역전 우승 조건휘 “2:9에서 하이런9점 기억 안나. 뒷공 생각않고 공 하나하나 집중”

황국성 MK빌리어드 기자(ceo@mkbn.co.kr) 2024. 2. 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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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새벽 결승전 후 조건휘-임성균 인터뷰
조 “시상식 TV로만 봤는데, 기분 너무 좋다”
19/20시즌 허망하게 준우승, 이번엔 ‘닥공’
임성균 “저도 잘쳤는데 건휘 형이 너무 잘쳤다”
대역전드라마를 쓰며 프로 첫 우승을 차지한 조건휘는 “7세트 2:9에서 하이런9점을 칠때 아무 생각이 안났다”며 “공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고 말했다.
“마지막 7세트, 2:9 위기 상황때 아무 생각이 안났다. 그냥 기회가 한번만 오길 바랐다.”

13일 PBA8차전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쓰며 프로무대 첫 우승트로피를 든 조건휘(SK렌터카다이렉트)는 7세트 절체절명의 순간에 아무 생각이 없었단다. 오직 공 하나하나에 집중했다고 했다.

프로 원년 19/20시즌 2차전(신한카드배) 결승에서 신정주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던 그가 4년 8개월만에 마침내 정상에 섰다. 반대로 우승을 눈앞에 두고 준우승에 머문 임성균은 “제가 못쳐서 진게 아니고 (조)건휘 형이 너무 잘쳐 우승했기 때문에 인정한다”고 했다. 결승전 후 새벽 프레스룸에 들른 조건휘와 임성균에게 소감을 들어봤다.

[우승 조건휘]

▲프로무대 첫 우승을 축하한다.

=TV로만 시상식을 보다가 막상 우승하니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그저 기분이 좋다. 7세트에서 터진 하이런 9점이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너무 좋다. 우승 트로피를 한번 만져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7세트 2:9로 뒤진 위기 상황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아무 생각 없었다. 그냥 한번의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마지막 세트는 11점이라 짧고, 뱅크샷도 있다. 한번만 기회가 오면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상황에서 하이런을 생각했나.

=사실 장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공 하나 하나에 신경 썼다. 뒷 공을 위한 포지션이나 수비를 신경 쓰지 않고 1득점만 하자며 집중한게 주효했다.

▲첫 결승전(19/20시즌 2차전 결승서 신정주에 패) 이후 오래 걸렸다. 당시 경험이 도움이 됐는지.

=도움이 됐다. 당시 첫 결승에서 허망하게 졌기 때문에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저만의 스타일로 치자고 생각했다. 일단 ‘무조건 공격’이라는 마음으로 한 점, 한 점에만 집중했다.

▲19/20시즌 준우승 이후 힘든 시간도 있었을텐데.

=크게 힘든 건 없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개인투어 마지막 대회에서 16강에 오르지 못했다면 큐스쿨로 가야했다. 팀리그 선수가 큐스쿨로 강등되면 바로 방출인데, 그 걱정 때문에 힘들었다. 결국 살아남았지만 올 시즌에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도록 당구를 조금 ‘즐기면서 치자’고 마음먹었더니 올해는 꾸준히 좋은 성적이 나왔고, 오늘과 같은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도 많이 생겼겠다.

=이번 대회 일주일 전부터 연습방법을 조금 바꿨다. 예전에는 공격과 수비를 모두 신경썼는데, 제가 지치더라. 이번 대회때는 그냥 연습 구장에서 치듯 쳤다. 그러다 보니 이제 제 스타일을 조금 찾은 것 같다.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는 스타일인데, 훌륭한 선수들은 포지션도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게까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5~10년쯤 뒤에는 포지션을 신경 쓸 수도 있겠지만, 이제 어느정도 몸에 익숙하기 때문에 너무 포지션에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프로 이전부터 연습벌레 등 별명이 있던데. 어떻게 훈련하나.

=어제 경기(8강전) 끝나고 집에 가니 새벽 1시더라. 루틴은 경기 5시간 전에 연습구장 가서 연습하는 것이다. 대회 테이블에 적응하고, 몸풀고 경기장에 와서 연습한다. 계속 그런 루틴을 지켰다. 늦은 시간 귀가로 아내와 마찰도 있었다. 제가 일주일 내내 연습했는데, 하루 정도는 아내와 시간도 보내려고 당구를 놓고 여유를 가졌다. 그러다 보니 공도 잘 맞더라. 당구선수라고 당구만 치면 더 예민해지는 것 같다. 물론 프로라면 집착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여유도 필요하다.

▲‘우승’이라는 마음의 짐을 벗었다.

=이제 우승했으니 오히려 부담감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다음 대회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주눅 들고 그럴까 봐 겁이 나긴 한데, 그 상황에 맞게 또 연습하고 잘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의 목표는

=우승했으니 우승 한번에 만족하지 않겠다. 도태되지 않고 더 발전하도록 하겠다.

임성균은 결승전에서 “저도 잘 쳤는데, (조) 건휘 형이 너무 잘쳐 우승했다‘며 준우승을 인정한다고 했다. (사진=MK빌리어드뉴스 DB)
[준우승 임성균]

▲첫 결승전이고 마지막 7세트 앞서가다 역전당했다.

=첫 결승이라 얼떨떨했고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에 7세트 하이런6점으로 치고나가 9:2가 됐을 땐 이긴 줄 알았다. 그런데 (조)건휘 형이 9점을 예술같이 치더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기가 됐다. 하하.

▲조건휘의 하이런 9점을 예상했나.

=사실 기회 한번은 줄줄 알았는데 그냥 끝내더라. 하하. 제가 못 치고 졌으면 화가 났을텐데, 제 경기력도 괜찮았기 때문에 인정했다. (조건휘가) 하이런 칠 때 한번은 기회를 달라고 속으로 기도했다. 기회가 오면 자신있었기 보다 무조건 기회가 오면 쳐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프로무대 최고 성적이다. 상금은 어디에 쓸 생각인가.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 통장에 넣어두겠다. 경기를 잘 했지만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이번 대회 때 운도 좀 많이 따랐다. 마지막 9차전도 그렇고, 다음 시즌에도 부족한 부분을 계속 채워 나가려고 한다.

▲팀리그 경험이 개인투어에 도움이 됐나.

=팀리그에서는 7세트에 많이 나갔다. 7세트는 승패가 정해지는 세트인데, 그런 세트를 많이 뛰다 보니까 면역이 생겼다. 도움이 됐다. [차승학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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