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토 발언' 후폭풍…독일 · 프랑스 · 폴란드, 유럽 안보 강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으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도 용인하겠다는 취지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AP,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폴란드 등 유럽 국가 정상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일제히 유럽의 안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2일(현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숄츠 총리는 베를린에서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나토의 집단방어 원칙을 약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해두겠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어 나토 집단방어 원칙의 약화에 대해 "러시아에만 이득이 가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나토는 앞으로도 계속 공동 방어의 축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누구도 유럽의 안보를 갖고 놀거나 '거래'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투스크 총리도 "미국과 유럽의 긴밀한 방어 협력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안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선거 유세에서 러시아가 공격하면 나토 동맹들이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방위비를 충분히 분담하지 않는 동맹국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겠다고 발언했습니다.

투스크 총리는 유럽의 안보 강화 필요성도 역설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유럽이 직면하고 있는 점점 더 현실화하는 위협을 계속 과소평가하는 모든 이들에게 '찬물 샤워'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방어 능력을 강화해야 하며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은 특히 이 문제에 결연하다"고 말했습니다.

투스크 총리는 앞서 이날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방위산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통해 나토를 보완하는 안보와 방위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EU) 27개국은 우크라이나에 4년 동안 500억 유로, 우리 돈 약 72조 원을 지원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것을 더 공급하고 충족하려는 유럽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AP통신은 독일, 프랑스, 폴란드 외무장관들이 파리 교외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외무장관들은 세 나라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이른바 '바이마르 삼각동맹'의 부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주요 유럽 국가들과 관계를 활성화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러시아보다 군사적으로 약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무기 생산을 늘리고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우선순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EU가 그 자체로 '군사 파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FP통신은 투스크 총리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를 언급하면서 EU와 나토 관계의 핵심 철학은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의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숄츠 총리도 "나토의 보호 약속은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라는 제한 없는 약속"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프랑스 외무부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2년을 앞두고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 동맹국들을 겨냥해 소셜미디어 엑스 등 온라인에서 정보 조작 활동을 강화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신승이 기자 seungyee@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