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위성 미마스 지하엔 2500만살 ‘젊은 바다’가 있다

곽노필 기자 2024. 2. 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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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니 탐사선 13년 관측자료 분석 결과
위성 전체 부피의 절반 가량이 바닷물
카시니 탐사선이 촬영한 토성 위성 미마스. 미마스는 지름 약 400㎞의 작은 얼음위성이다. 미마스는 지름 140㎞의 거대한 허셜충돌구가 특징이다. 가운데에 높이 6㎞의 봉우리가 있다. 나사 제공

태양계를 이루고 있는 천체 중에서 표면에 액체 바다가 있는 것은 지구뿐이다. 그러나 표면 아래 지하에 바다가 있는 천체는 여럿 있다. 현재 과학자들이 지하 바다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천체는 목성 위성 칼리스토와 유로파, 가니메데,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와 타이탄이다. 지하 바다가 있는 태양계 천체 목록이 하나 더 추가됐다.

140개가 넘는 토성 위성 가운데 7번째로 큰 위성 미마스에 지하 바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파리천문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은 토성 탐사선 카시니의 과거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름이 약 400㎞인 미마스의 얼음 표면층 아래 20~30㎞ 지점에 두께 70㎞의 액체 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안쪽에서부터 10번째 위성인 미마스는 지구의 달처럼 앞면이 토성에 고정된 채 평균 18만6천㎞ 떨어진 거리에서 0.9일을 주기로 공전한다.

연구를 이끈 파리천문대 발레리 레이니 박사는 우주분야 매체 스페이스닷컴에 “액체 물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태양계 천체에서 생명체 거주 가능 조건을 발견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 성과”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특히 미마스의 바다는 생긴 지 불과 2500만년밖에 되지 않으며 여전히 진화 과정 중에 있는 젊은 바다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바다 경계면이 아래서부터 점차 올라와 표면 아래 30㎞ 지점에 도달한 것은 200만~300만년 전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이 미마스에 액체 바다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2010년 ‘카시니 간극’(Cassini division)이라고 불리는 토성 고리의 틈을 조사하면서부터였다. 연구진은 이후 2014년 미마스가 자전과 궤도 운동을 하는 중에 흔들리는(진동) 현상을 발견했다. 토성에서 보면 미마스가 공전 궤도에서 앞뒤로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토성 위성이 기형적 모습의 단단한 암석 핵을 갖고 있거나 달의 핵과 얼음 표면 사이에 액체 지하 바다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연구진은 후자일 가능성에 크다고 보았으나, 학계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연구진은 이번 후속 연구를 통해 마침내 그 증거가 될 만한 데이터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카시니 탐사선이 보내온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마스의 궤도가 카시니 탐사 기간인 13년(2004~2017년)에 걸쳐 약 10㎞ 이동한 것을 발견했다.

표면 얼음층, 액체 바다, 암석 핵으로 이뤄진 토성 위성 미마스의 구조. 각각의 두께는 얼음층이 30㎞, 바다가 70㎞, 암석핵이 95㎞로 추정된다. 파리천문대 제공

바다가 미마스 전체 부피의 절반 넘는 듯

연구진이 이 데이터를 토대로 컴퓨터로 모의실험했더니, 이같은 궤도 이동은 암석핵이 팬케이크처럼 길고 납작한 경우에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마스의 실제 모습은 타원형의 구체다. 반면 얼음 껍질과 분리돼 움직이는 지하 바다를 전제로 하면 궤도 이동 현상이 잘 설명됐다.

연구진은 또 미마스의 궤도가 타원형이고 미마스 표면에 얼음 균열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미마스의 바다는 지질역사로 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며, 바닷물의 양은 미마스 전체 부피의 50%를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 엄청난 양의 물은 미마스의 암석 핵과 마찰하면서 가열되고, 이런 상호작용은 흥미로운 화학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수십억년 전 지구 생명체의 탄생에 물과 암석 사이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미마스에서의 이런 화학 반응은 태양계의 생명체 기원과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레이니 박사는 “미마스는 매우 온도가 낮고 지질활동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작은 천체로 내부에서 가열 또는 물과 암석핵의 규산염 접촉 같은 지구물리학적 활동이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며 “이번 발견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견으로 미마스는 이미 지하 바다의 존재가 알려진 또 다른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와 비슷한 점이 하나 더 추가됐다. 토성으로부터 비슷한 거리에 있는 두 위성은 크기도 비슷하다. 엔셀라두스는 지름 500㎞이며, 미마스는 지름 400㎞로 약간 작다.

두 위성의 바다가 다른 점이라면 엔셀라두스의 바다는 거대한 물기둥을 내뿜는 반면, 미마스의 바다는 아직 얼음층을 뚫고 나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세월이 흐르면 미마스에서도 엔셀라두스처럼 얼음층 균열을 뚫고 물기둥이 솟아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위키피디아

미마스의 바다는 왜 최근에 생겼을까?

그렇다면 미마스의 바다는 45억년 태양계 역사에서 왜 이렇게 늦게 생겨났을까?

바다가 생기려면 기본적으로 내부 가열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다른 천체와의 균일하지 않은 중력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그러나 태양계 역사에서 대부분의 기간 동안 미마스와 토성의 궤도는 거의 원형에 가까웠기 때문에 중력 상호작용이 상당히 일정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다 약 5천만년 전 디오네, 타이탄 등 토성의 다른 위성의 중력 영향으로 미마스의 궤도가 타원형으로 바뀌었고, 이로 인해 토성과 미마스 사이의 중력 상호작용에 변화가 생기면서 미마스의 내부를 가열시켰다는 것이다.

다음달 텍사스에서 열리는 제55차 달 및 행성 과학회의에서 비슷한 결론을 발표할 예정인 콜로라도 볼더의 사우스웨스트연구소 앨리사 로든 박사(행성과학)는 네이처에 “이번 발견은 미마스의 바다 존재에 관한 최고의 증거”라며 “미마스를 ‘어쩌면 바다세상일지도 모르는’ 범주에서 ‘진짜 바다세상일 수도 있는’ 범주로 옮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토성 너머에 있는 천왕성의 위성들도 두터운 얼음층 표면 아래에 액체 바다를 품고 있을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만약 그렇다면 태양계는 거의 모든 곳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행성계가 된다.

*논문 정보
DOI : 10.1038/s41586-023-06975-9
A recently-formed ocean inside Saturn’s moon Mima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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