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법원 판결 뒤집혔다…"이스라엘에 F-35 부품 보내지마"

네덜란드 법원이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F-35 전투기 부품 수출 중단을 명령했다. 이스라엘에 수출된 F-35 전투기 부품이 가자지구에서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는 데 사용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네덜란드 등 유럽 창고에 F-35 전투기 부품을 보관하며 이스라엘을 포함해 여러 국가에 관련 부품을 수출하고 있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항소법원은 이날 "수출된 F-35 (전투기) 부품이 국제인도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데 사용될 명백한 위험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정부에 F-35 전투기 부품의 이스라엘 수출을 모두 차단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스라엘에 대한 네덜란드의 F-35 전투기 부품 수출은 7일 이내에 중단해야 한다. 정부 측 변호사는 대법원에 상고할 때까지 해당 명령을 정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항소법원의 판결에 대해 8주 이내에 상고할 수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항소법원의 수출 중단 명령을 따르겠다면서도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12월 옥스팜 노비브, 팍스 네덜란드, 라이츠 포럼 등 인권 단체 여러 곳이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고려해 F-35 전투기 부품 수출 승인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인권 단체들은 네덜란드 정부에 이스라엘에 F-35 전투기 부품을 수출하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연루된다고 지적했다.

(가자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11일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군의 포격을 받은 가자 지구에서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2024. 2. 1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네덜란드 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첫 번째 판결에서 F-35 전투기가 전쟁법 위반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수출 중단을 명령하지 않았다. 법원 측은 국가가 무기 수출을 결정할 때 정치적, 정책적 문제를 고려할 자유가 더 크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국제법 위반의 명백한 위험보다 우선되는 것은 없다며 수출 중단을 명령했다. 법원은 F-35 전투기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사용돼 용납할 수 없는 민간인 사상자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출 허가에 대해 새로운 확인을 할 필요가 없다"는 네덜란드 정부의 주장을 기각했다.

옥스팜 노비브의 미하엘 세르세스 이사는 "이번 판결이 다른 나라에서도 국제법을 강화해 가자지구 시민들도 국제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항소법원의 판결을 반겼다.

한편 이스라엘은 지난 11일 가자지구의 최남단 라파 지역에 대한 기습공격을 벌여 인질 2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기습공격으로 약 100명이 사망하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라파 지상전'을 언급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ABC 뉴스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민간인을 향해 라파의 북쪽으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이스라엘군에 의해 정리된 많은 공간이 가자지구 북부에 있다는 것이다. 가자지구 북부에서 하마스 세력을 정리했다고 판단한 이스라엘은 이제 남부로 숨어든 하마스 남은 세력을 격퇴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