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한복판 '3초 암살'에 전세계 충격…북 백두혈통 사망 미스터리[뉴스속오늘]
2017년 2월13일, 오전 9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급작스런 속보가 전해졌다.
북한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 형, 김정남이 여성 2명의 습격에 허망하게 암살된 것이다. 공격 시간은 단 3초. 사람이 북적이는 공항에서 이뤄진 대범한 암살은 새삼 북한 정권의 무서움을 세상에 일깨우기 충분했다.
당시 이 사건은 큰 화제를 모았다. 체구가 작은 여성 2명이 화학무기로 순식간에 덩치 큰 성인 남성을 살해했다는 점, 베일에 싸인 북한 정권의 후계 다툼이 표면에 드러났다는 점에서였다.
사건 발생 후 6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수많은 의문점은 풀리지 않았다. 범인 2명까지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점에서 풀려났고, 김정남 암살사건은 영원한 미제로 남았다.
갑자기 그에게 작은 체구의 여성 두명이 달려들었다. 공개된 공항 CCTV에 따르면 두 여성이 김정남의 앞과 뒤에서 나타나 그의 얼굴에 순식간에 로션같은 액체 물질을 바르고 유유히 사라진다.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였다.
인파로 북적이는 공항에서 공격에 걸린 시간은 단 3초. 두 여성에 공격당한 김정남은 공항 직원과 경찰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멀쩡히 걸을 수 있었기에 공항 관계자들은 그를 건물 내 의무실로 데려갔다. 그러나 그는 의무실에서 완전히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공항 관계자들이 즉시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30분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당시 김정남 암살에 사용한 액체는 화학무기로 활용되는 신경작용제(VX)다. 정확히는 두 물질을 합쳐 VX 가스가 생성되는 VX2라는 화학무기로, 두 용의자가 맨손으로 한 물질씩 김정남의 얼굴에 발랐다. 두 물질로 나뉘어있을 때는 비교적 무해하지만 서로 혼합되면 치명적인 이원화 화학무기였던 것이다.
결국 두 여성은 잡혔지만 살인 혐의로 처벌받은 이는 아무도 없다. 이들은 살인 혐의를 부정하면서 몰래카메라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일부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연습장면도 공개했다. 결국 말레이시아 정부는 인도네시아 출신 피고인 시티 아이샤는 바로 석방했고,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은 상해혐의로 2년 투옥 후 석방했다.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리정철도 체포됐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김정남은 백두혈통으로, 김정일의 장남이었다. 현 북한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이복 형이다. 최고 권력자의 지위를 넘볼 수 있는 자리, 이에 김정남 암살 배후로 단박에 북한이 떠올랐다.
김정남 암살 배경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그는 김정일의 장남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자유롭게 해외를 떠돌면서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발언을 해왔다. 그러나 김정일 사망 후에는 쪼들린 생활을 하면서 중국이나 남한의 금전적 후원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것은 역시 정적 제거설이다. 일본 NHK는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이 2012년 중국 후진타오 당시 주석에게 김정일 위원장의 후임으로 김정은 대신 김정남을 추천했다가 이 일이 후에 김정은에게 알려져 암살당했다고 보도했다. 장성택은 이보다 앞선 2013년 김정은에게 반역죄로 숙청당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망명 정부를 추진 중이던 자유조선(당시 천리마민방위)의 리더가 김정남에게 지도자가 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사실로 밝혀진 것은 없다.
김정남 암살 사건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미국은 2018년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근거는 'VX'를 이용한 김정남 암살에 북한 정찰총국과 외무성 관리들이 연루됐다는 것이었다. 이후 2019년 제정된 대북 제재 강화법인 '오토 웜비어 북 핵 제재 강화법'에도 김정남 암살사건이 근거로 적시됐다.
말레이시아와는 아예 단교 상태가 됐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한국과 일본, 이스라엘에 이어 북한을 나라로 인정하지 않는 4번째 국가다. 원래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1973년 수교, 쿠알라룸푸르에 북한 영사관이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그러나 김정남 피살사건 이후 말레이시아와 북한 모두 서로에 대한 무비자 입국 협정을 취소하고 말레이시아 측에서도 북한 주재 공관을 철수시키는 등 갈등이 심화되다 현재는 교류가 끊긴 상태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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