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의료공백 해소 해법은] 의대정원 확대로 물꼬…지역에 정착할 의사 키우는 게 ‘관건’

김소진 기자 2024. 2. 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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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의료공백 해소 해법은] (상) 지역의료 강화
비수도권 의대에 집중 배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계획
“정부 개혁안만으론 역부족
지역에 인력양성거점 마련
의무 근무 등 강제성 필요”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가 농촌의 의료 공백을 메울 신호탄이 될지 주목받고 있다. 의료인프라의 수도권 쏠림 등으로 대부분 농촌지역이 ‘의료취약지역’으로 전락했다. 의대 정원 확대로 지역의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최소한의 밑바탕이 마련됐지만, 과제는 산재해 있다. 특히 늘어나는 의료인력을 어떻게 ‘지역에 머물 인력’으로 양성할지가 쟁점이다. 농촌 의료 공백을 둘러싼 현안과 대안·과제 등을 두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보건복지부는 6일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기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하고 이를 비수도권 의대에 집중 배정, 지역의 의료 붕괴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향후 의대 졸업생이 농촌에 머물게 만들려면 정책을 좀더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멍 난 농촌 의료=한국의 의사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하위를 맴도는데 비수도권·농촌 상황은 더 암담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는 2022년 기준 서울은 3.47명이지만 경북(1.39명)·충남(1.53명)·전남(1.75명) 등 농촌 비중이 높은 비수도권 도 지역에선 평균(2.18명)을 크게 밑돈다.

절대적인 의사수가 부족하다보니 필수의료인력도 턱없이 모자란다. 도시에서 문제로 꼽히는 ‘소아과 오픈런(문을 열자마자 달려가는 것)’이 농촌 주민에겐 오히려 꿈같은 얘기로 들린다. 달려갈 소아과가 없는 지역이 태반인 탓이다. 일례로 전남 곡성은 인구가 2만7000명가량이지만, 소아과가 한곳도 없다.

비수도권지역에 의료인력 양성 거점인 의대가 없거나 적다는 것도 고질적 문제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에 있는 8개 의대의 입학 정원은 826명이지만, 전남에는 의대가 아예 없다.

◆2000명 확대…정부의 지역의료 강화방안은=지역의료 공백이 확대되자 정부가 꺼낸 카드가 ‘의대 입학 정원 확대’다. 이번 정원 확대로 2035년에는 의사인력이 1만명 확충된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늘어날 의료인력이 비수도권으로 흐를 방안도 내놨다. 비수도권 의대에 입학 정원을 집중 배정하는 내용이다. 지역인재 전형 선발 비중도 현행 40%에서 60%로 확대한다.

정부는 지역의료 강화를 뼈대로 한 4대 의료개혁 패키지를 1일 내놓기도 했다. 지역의료 강화방안으로 ▲국립대병원과 지역의 민간·공공 병원 집중 육성 ▲필수의료 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 ▲의대 지역인재 전형 대폭 확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등이 제시됐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장학금과 수련·정주 비용 등을 지원하는 대신 일정 기간 지역에 근무하도록 계약을 맺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농촌의 의료인력 확보로 이어지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민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 간사는 “정부가 내놓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현행 공중보건장학제도와 거의 똑같다”며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의무·강행 규정이 없어 월급을 받은 후 그동안 받은 장학금을 반환하고 지역을 떠나는 사례가 이어지는, 사실상 실패한 제도”라고 말했다.

송기민 한양대학교 디지털의료융합학과 교수는 “단순 증원, 비수도권의 일반 의과대학 집중 배치 등은 졸업 이후 해당 지역에 남을 의사를 양성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진다”며 “의무복무 미이행 시 면허를 제한하는 등 보다 면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 등 단기 처방 병행해야=야당과 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는 ‘공공의대’ 설립을 제안한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공공의대 관련 법안은 모두 4개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전주병)이 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학비·기숙사비 등을 정부가 모두 지원하는 대신 졸업 이후 의사 면허를 받으면 공공보건의료기관 등 복지부가 지정한 기관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하는 내용이 골자다.

야당이 제시한 또 다른 대안은 ‘지역의사제’다. 정부의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와 달리 의무복무 기간을 어기면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등 강한 제재가 뒤따른다. 지역의사제 도입 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이동권 제약 등 반대 의견이 팽팽해 본회의 최종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총선을 앞두고 의료개혁이 핵심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여당도 최근 ‘지역의대’를 신설하고 ‘지역의료 격차 해소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의대인력 확보는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대책인 만큼 우선 단기 처방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비대면 진료나 현행 마을주치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의료계에선 응급 상황에 처한 농촌 주민이 신속히 종합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협진체계를 갖추고 응급의료 전용헬기인 ‘닥터헬기’를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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