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49] 서울-부산 20분 질주
가까운 미래에 시속 1200km로 서울-부산을 20분에 질주하는 하이퍼루프(hyperloop) 열차가 개통될 수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하이퍼루프 열차는 2013년에 테슬라사의 일론 머스크가 기차, 자동차, 비행기, 배를 이은 제5의 운송 수단으로 제창해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하이퍼루프의 원리는 진공에 가깝게 유지되는 금속 튜브에 사람이 탄 캡슐을 넣고 공기 압력이나 자석을 이용해서 이를 바닥에서 띄운 뒤에 빠르게 질주시키는 것이다. 머스크는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를 35분에 잇겠다고 선언했고, 각국의 정부와 대기업은 하이퍼루프를 연구하거나 개발하는 팀을 잇따라 발족시켰다.
하이퍼루프는 미래의 운송 수단이 될 것인가? 미래가 불확실할 때 과거를 돌이켜보면 도움이 된다. 저항이 없는 진공 튜브를 만들어 런던과 에든버러를 5분에 돌파하겠다는 계획은 증기기관 열차가 나오기도 전인 1810년에 등장했다. 이어 런던과 인도의 벵갈루루 사이에 튜브를 깔겠다는 회사가 설립되었다. 이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100년 뒤인 20세기 초에 자석을 이용한 자기부상열차와 진공 튜브 열차가 다시 등장했다. 그 뒤에 숱한 시도가 있었으며, 2020년에 버진 하이퍼루프원사는 두 명의 승객을 태우고 테스트 튜브를 시속 175km로 달렸다. KTX보다 훨씬 느린 속도였지만, 이 성공(?) 이후 회사는 미국과 유럽에 수천km의 하이퍼루프 튜브를 깔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하고 2023년 말에 파산했다.
과학자이자 저술가로 넓은 독자층을 얻고 있는 바츨라프 스밀(Vaclav Smil)은 ‘발명과 혁신’(2023)에서 사람들이 진정 원하지만 아무리 해도 안 되는 불가능한 발명 세 가지를 꼽는다. 그가 꼽은 첫 번째 불가능한 기술이 하이퍼루프 운송 수단이다. 수백km짜리 튜브를 고진공으로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며, 튜브가 엄청난 대기압을 견디는 것도 해결되기 힘든 문제다. 작은 구멍이라도 나면 캡슐에 탄 사람들의 생명을 보장하기 힘들어진다. 모든 발명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200년을 시도했지만 안 된다면,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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