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새해 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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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오래 묵은 병이 다 나았다고 하니 기뻐하옵니다.' '새해에는 무병장수하고, 재채기 한 번도 하지 않고, 날래게 뛰어다닌다고 하니 더없이 치하한다.' 두 글은 조선시대에 실제로 사용됐던 새해맞이 연하 편지글의 내용이다.
완료형 표현으로 쌍방이 모두 긍정의 효과를 더하고, 명함 쪽지만 문 앞에 두고 가는 것으로 뇌물·청탁의 소지를 차단했으니, 새해 아침에 되새겨 볼 만한 선조들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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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오래 묵은 병이 다 나았다고 하니 기뻐하옵니다.’ ‘새해에는 무병장수하고, 재채기 한 번도 하지 않고, 날래게 뛰어다닌다고 하니 더없이 치하한다.’
두 글은 조선시대에 실제로 사용됐던 새해맞이 연하 편지글의 내용이다. 앞의 것은 조선 19대 임금인 숙종이 고모인 숙휘공주에게 보낸 새해 덕담이고, 뒤의 것은 18대 임금 현종의 비인 명성왕후가 셋째 딸 명안공주에게 새해를 맞아 보낸 편지글의 일부이다.
그런데 글의 표현 시제가 단추를 엇끼운 듯 어색하다. 현대적 인사 방식으로 본다면, ‘새해에는 묵은 병이 완쾌하기를 기원합니다’ 하는 식으로 해야 옳은데, 이미 병이 다 나은 것처럼 ‘완료형’ 어미를 사용한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았다니 저도 기쁩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어문생활사연구소가 몇 해 전에 연구해 공개한 조선시대 신년 덕담은 이처럼 아직 미완의 소망이 이미 이뤄진 것처럼 완료형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새해를 맞는 특별한 시기에 기원의 의미를 더하고, 덕담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더 기분이 좋아지는 인사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이와 함께 신년 인사로 ‘세함(歲銜)’이 유행했다. 하급 관원이 정초에 자신의 이름 등을 써넣은 문안단자(問安單子)를 들고 상관의 집에 찾아가면, 그 집에서는 대문 앞에 옻칠한 소반이나 상자을 비치, 그곳에 세함 단자를 두고 가도록 한 것이다. 세함 풍속은 헌종 15년(1849년)에 홍석모(洪錫謨)가 기록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 많은 옛 문헌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랫사람과 윗사람이 서로 얼굴을 대면하지 않고, 일종의 안부 명함만 주고받는 것으로 세배를 대신한 것이니 요즘 유행하는 모바일 인사의 고전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오늘날의 상식으로 보자면, ‘완료형 덕담’이나 ‘세함’ 풍속이 모두 생경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극히 현명한 인사법이다. 완료형 표현으로 쌍방이 모두 긍정의 효과를 더하고, 명함 쪽지만 문 앞에 두고 가는 것으로 뇌물·청탁의 소지를 차단했으니, 새해 아침에 되새겨 볼 만한 선조들의 지혜이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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