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로봇과 용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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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24년.
영국 국립로봇박물관 최고경영자는 이런 로봇의 빠른 발전에 대해 휴머노이드(Humanoid, 인간과 비슷한 기계) 로봇을 잘 활용하면 인간은 자신이 잘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기계가 잘하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될 것이라 한다.
우리는 지금 전통적인 상상의 존재 '용'과 현대 과학 기술의 결정체 '로봇' 사이에서 살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 닮았고, 용은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들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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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24년. 뉴스에서 로봇에 대한 소식들이 쏟아진다. 일론 머스크가 자랑하는 로봇 옵티머스2가 바구니에서 옷을 꺼내 차근차근 개고, 이에 질세라 피규어 AI가 만든 로봇 피겨원은 ‘인간’ 동료의 부탁에 커피머신에 캡슐을 넣고 완벽한 조작으로 커피를 내린다. 영국 국립로봇박물관 최고경영자는 이런 로봇의 빠른 발전에 대해 휴머노이드(Humanoid, 인간과 비슷한 기계) 로봇을 잘 활용하면 인간은 자신이 잘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기계가 잘하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될 것이라 한다. 다만 몇가지 성장통을 겪을 것이라는 말도 함께 남겼다. 로봇이 인간에게 기회인지 위기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그 성장통이 이미 자기 것인 듯 불안하다.
갑진년 새해. 신문은 청룡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갑진년(甲辰年)은 푸른색을 뜻하는 갑(甲)과 용(龍)을 의미하는 진(辰)이 만나 청룡을 나타내는데, 푸른 용은 용기와 도전을 상징하고, 갑(甲)은 동양철학에서 10개의 천간 중 첫 번째로 ‘시작’을 의미한다며 독자의 새 시작을 응원한다. 비록 상상이 만들어낸 것이나 용은 물을 다스리는 캐릭터로 설정돼 우리는 바다의 신을 용왕(龍王)이라 칭하고 안전을 바라며 용왕제를 지냈고, 비를 바라며 용에게 기우제를 올렸다. 인간은 이렇게 스스로 만든 것에 위로받고 의존한다.
우리는 지금 전통적인 상상의 존재 ‘용’과 현대 과학 기술의 결정체 ‘로봇’ 사이에서 살고 있다. 과거에서 날아온 신화도 미래로 나아가는 과학도 모두 인간이 시대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낸 것이다. 이 모든 변화의 원동력인 ‘상상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지식을 미래의 목표에 맞게 개선하는 힘이다. 이는 옛것을 통해 새것을 아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나 예술가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위해 사용하는 ‘낯설게 보기’와 같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 닮았고, 용은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들과 닮았다. 송나라 나원이 쓴 ‘이아익’을 보면 “용의 뿔은 사슴을 닮았고, 머리는 낙타, 눈은 토끼, 목덜미는 뱀, 배는 대합, 비늘은 물고기, 발톱은 매, 발바닥은 호랑이, 귀는 소를 닮았다”고 한다. 이렇게 새로운 것들은 나와 내 주변에 있던 것들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세상을 바꾼 혁신은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깊게 볼 수 있는 통찰력 있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개와 늑대의 시간. 프랑스 양치기들 사이에서 유래된 말로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자신이 키우는 개인지 자신을 해치려는 늑대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루가 다르게 빠른 변화로 현재를 규정하기도 어렵고 미래를 예측하기도 어려운 지금이 마치 그 ‘황혼’처럼 느껴진다. 개와 늑대의 시간을 정치권에서는 상대방이 나의 적인지 동지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황혼의 묘한 분위기와 아름다움은 예술가들에게는 오히려 영감의 원천이다. 예술가들은 규정되지 않은 모호함을 불안한 상태가 아니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능동적 잠재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빠른 변화의 시대를 ‘불안’보다는 ‘잠재’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용처럼 비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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